▲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증원 근거와 절차 부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이를 둘러싼 의정갈등·의료공백 사태가 4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3건의 보고서 2천명 증원 언급 전혀 없어”
조규홍 장관 “내가 결정 뒤 대통령실에 보고”

이날 청문회에서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핵심적으로 제기됐다. 야당은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증원 규모 관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며 “당시 300명, 500명, 용산에선 1천명설이 나왔고, 올해 2월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발표 그 사이에서 2천명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천명이 나온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국민은 누가, 왜, 2천명을 결정했는지 궁금해한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3건의 연구보고서에 근거했고, 결정은 장관 본인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3건은 독립된 연구였음에도 2035년 의사수 1만명이 부족하다는 공통된 결과를 보였다”며 “우리 부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2035년 의료인력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2천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아닌) 제가 결정했다”며 “지난 2월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개최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건의 보고서와 2천명 증원 간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복지위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3개의 보고서 중 2천명 늘려야 한다고 적시한 보고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3개 중 유일하게 증원을 제안한 KDI 보고서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4~5%”라며 “산출하면 15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3개 보고서를 근거로 2천명 산출했다는 근거를 일반적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서울고법 판결에서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개월 의료공백 정부-의사단체 함께 질타
“복지부가 문제 야기” vs “단일안 가져와라”

반면 여당은 2천명 증원 규모가 합리적이었다고 방어했다. 대통령실 사회수석 출신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대중 정부 의약분업 당시 합의로) 2003년부터 4년간 351명 순차적으로 줄였고 지금까지 동결됐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같은 개혁 의지를 가지고 400명씩 10년간 4천명 증원을 시도했는데 그 숫자는 과학적 근거를 따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그건 어렵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처리 과정에서의 전 정부와의 차이도 강조했다. 그는 “문 정부는 (의사파업 뒤) 두 달도 안 돼 백지화를 선언했다”며 “윤 정부는 첫해 2천명을 이야기했다가 유연화를 통해 1천509명 정원을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4개월 넘게 의료공백으로 환자와 가족,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의정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2천명 증원 발표 전까지 정부 말고 아무도 몰랐는데, 그게 알려지면 안 되는 기밀이었느냐”며 “결국은 증원 과정에서 의료계는 들러리 세우고 국회는 패싱한 윤 정부 독선이 빚어낸 최악의 의료공백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국민, 환자, 가족,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에게 송구한 마음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임현택 의사협회장은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14만 의사의 대표자로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임 회장은 “전공의, 의대생에게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줘서 자기 자리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복지부가 만들었다”며 “미래가 있다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무너져 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2천명은 지금 적절하다”면서도 “2026년 이후 정원은 의료계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 단일안을 가지고 오면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