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어고은 기자

전국삼성전자노조가 7일 파업 지침에 따라 집단 연차 사용 투쟁에 나섰다.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첫 파업선언을 하며 6월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할 것을 1호 지침으로 전달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파업선언문에서 “대화로 해결하고자 세 차례 평화 집회를 진행했는데도 사측은 5월28일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사측이 노조를 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노조는 사측의 무시와 기만에 맞서 당당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특정부서의 경우 소속 인원 전체가 연차를 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는 인원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삼성전자에서 최초 파업인 만큼 노조에서 참여를 강요하는 형식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조합원은 2만8천여명으로 전체 삼성전자 직원(약 12만5천명)의 약 22%를 차지한다.

다만 이날은 전날인 현충일(6월6일)과 주말 사이에 끼어 있어서 파업 지침과 무관하게 당초 휴가를 계획한 직원들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 차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번 파업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제품 출하에도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집단행동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는 파업의 효과는 거뒀다는 평가다. 이 부위원장은 “노조는 삼성전자의 발전을 바라는 것이지 쇠퇴를 바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는 방향으로 애초에 투쟁 방향을 선택했다”며 “생산 차질은 없겠지만 특정부서 인원 전체가 파업에 동참해 사측이 느낄 만한 수준의 파업 효과는 확인됐다”고 말했다.

노사는 지난 3월 노동위원회 조정회의 이후 두 달 만인 지난달 28일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사측 교섭위원 위촉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파행됐다. 사측은 3월29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기본인상률 3%, 성과인상률 2.1%)을 공지했다. 노조는 노사합의가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한 일방적 결정에 반발했다.

한편 노조 첫 파업에 대한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노조는 이날 대만 타오위안시노총(TYCTU)이 전국삼성전자노조 파업 지지 선언 영상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5일 성명을 통해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역사적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조의 투쟁에 언제든 연대의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다”며 “노조의 역사적인 파업 투쟁에 동지로서, 또 동료 시민으로서 연대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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