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금융노조가 산별교섭 체계 구축에서 선도적이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 이면에서는 갈수록 산별교섭이 정체되고 있는 점이 과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병홍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6일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산별교섭: 일상의 반복? 또 한 번의 변화?’라는 주제의 이슈페이퍼에서 이같이 밝혔다.
산별교섭 선도적·안정적 ‘긍정 평가’
유 객원연구위원은 금속노조와 금융노조의 산별교섭이 안정적으로 잘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금속노조의 경우 임금·단체협약 방침, 요구안, 교섭체계, 타결방침 등 중앙집중적인 산별노조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정도의 산별교섭 체계를 갖춘 경우는 한국 노사관계에서 드문 경우”라고 평가했다.
금속산업 노사는 지난해 산별 중앙교섭에서 금속산업 최저임금,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중지 등의 내용에 타결했다. 해당 내용들은 기업별 수준에서 요구로 등장하기 어려운 의제인 만큼 산별노조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제시했다.
금융노조에 대해서도 2000년 본조에서 일괄하는 산별교섭을 진행해 매년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2010년 사용자단체 설립 후 중앙노사위원회를 통해 임금협상은 매년, 단체협약은 격년으로 진행하는 등 교섭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저임금 직군의 임금인상률을 기관별 상황에 따라 기준인상률 이상으로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노력, 적정인원 배치 등에 사용자측과 합의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조치는 사회적 책임 실현이란 면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산별 수준 교섭 의제 발굴·전면화해야”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유 객원연구위원은 “두 노조의 산별교섭, 조금 넓게는 산별 노사관계가 ‘정체돼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 노조가 포함하고 있는 조합원 중 다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노동조건을 누리고 있는 정규직이라는 점에서 현실에 안주하면서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산별교섭 건설 과정에서 구호와 목표로 내세웠던 비정규직 조직화,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조직화는 현실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유병홍 객원연구위원은 이어 “산별교섭 요구가 임금·노동조건 요구로 제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속노조는 자동차산업 미래전환 대응 요구, 금융노조는 기후위기 대응 등 기업별 노조 요구 수준을 넘어서서 산업 수준에서 요구해야 할 내용이 넘쳐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 객원연구위원은 “두 노조의 산별교섭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되고 의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특정 시기가 되면 의례적인 노정교섭 요구, 노동쟁의 선언, 예상 가능한 교섭 타결 시기 등 산별교섭 안정화라기보다 노조가 관성화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두 노조가 일상의 반복을 벗어나 다시 한번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산별 수준 교섭 의제를 발굴해 전면화하고, 의례화된 교섭 일정을 조정하거나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