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형은 원래 물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부터 (잠수) 관련 공부를 해서 준비를 했어요. 하고 싶어 하던 일을 하게 돼서 부모님도 형도 많이 좋아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지난 9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잠수작업 도중 숨진 스물둘 이승곤씨 동생 승인씨는 15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성을 찾아 첫 직장에 들어간 승인씨의 형은 입사 7개월 만에 가족들 곁을 떠났다.

고인은 2022년 대학에서 산업잠수과를 졸업한 뒤 잠수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난해 9월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했다.

“감시인은 1명뿐, 신호밧줄도 없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잠수사인 이승곤씨는 9일 오후 2시께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부두에서 선박 따개비 제거작업을 위해 수중에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동료 작업자가 이씨가 가라앉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씨는 오후 2시46분께 안벽 지상으로 옮겨졌다. 사내구급대원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오후 3시11분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오전 9시38분 끝내 숨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한 이씨가 물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 오전 9시부터 2인1조로 나란히 정박한 두 척 중 부두와 가까운 선박의 이물질 제거작업을 맡았다. 선박과 부두 사이 충돌을 방지하는 에어펜더에 공깃줄이 끼는 것을 막기 위해, 이씨와 동료는 부두쪽 좌현 작업을 하려면 수중으로 건너편 우현으로 이동해서 작업 지점(좌현)에 접근해야 했다. 점심식사와 장비점검을 마친 뒤 오후 작업을 위해 입수했다가 사고가 일어났다.

지부와 유족은 현장 안전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표면공급식 잠수작업을 할 때 잠수작업자 2명당 연락을 담당하는 감시인 1명을 배치해야 한다. 감시인은 잠수작업자에 대한 송기조절을 담당하는 사람과 연락해 잠수작업자에게 필요한 양의 호흡용 기체를 보내고, 송기설비 고장 등으로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 잠수작업자에게 신속히 연락을 취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잠수작업자 4명에 감시인은 1명뿐이었고, 해당 감시인은 송기설비를 담당해 잠수작업자와 신속한 소통을 취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응급 상황에 대비해 잠수작업자와 감시인 사이 갖춰야 할 통화 장치나 신호 밧줄 등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장례를 연기하고 진상규명과 원·하청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갑자기 의식을 잃은 이유나 사고 이후 구조될 때까지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등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에만 13명 사망, 노동부 대책 마련 나서

이승곤씨 사고뿐 아니라 올해 조선업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조선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9건으로 노동자 13명이 사망했다.

13일 부산 사하구 대선조선 다대조선소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추정 화재로 하청노동자 2명이 숨졌다. 9일에는 경남 고성군 금강중공업 조선소에서 120톤 선박 구조물이 떨어져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지난달 27일엔 경남 거제시 초석HD 선박 엔진룸 세척작업 중 발생한 폭발과 화재로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 중 3명이 숨졌다. 

1월1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20대 하청노동자가 그라인더 작업 중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달 24일에는 한화오션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잠수작업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화오션에서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노동부는 2~3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시정지시를 내리고 현재 사법조치나 과태료 부과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노동부는 밝혔다.

노동부는 이달 21일과 23일 중소 조선사 대상 사업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달 말까지 긴급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22일 ‘현장점검의 날’에 조선업을 집중 점검·감독하고, 지방청별로 지역별 기획감독 실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