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백혈병이 발병한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 책임이다”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케이엠텍 대표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수현(21·가명)씨의 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수현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진행한 회사 대표와 면담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차라리 보지를 말았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케이엠텍 대표이사는 책임지고, 부당해고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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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과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금속노조 구미지부 등 27개 대구경북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가 14일 오전 경북 구미 케이엠텍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는 수현씨 아버지가 참석해 회사에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했다.

수현씨는 케이엠텍에서 일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4개월 무급휴직 끝인 지난 1월31일 해고됐다. <본지 2024년 4월18일자 2면 “[삼성 갤럭시 조립하던 21살 청년] 백혈병 걸리자 회사는 무급휴직 끝 해고” 기사 참조>

반올림은 수현씨의 질병이 업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 21~23을 조립해 온 수현씨는 업무 중 이상한 악취를 느꼈지만, 안전보호구 하나 없이 일했다. 반올림은 방수 기능을 위해 휴대전화 뒷면에 접착제를 발라 고온‧압착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나, 앞 공정 잔류 유해물질에 수현씨가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이 재해자쪽에 전달한 작업환경측정자료(일부)를 살펴본 반올림은 “접착제(본드)와 플럭스(FLUX)에서 발생할 수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본드 같은 고분자 유기화합물이 굳어지는 과정(경화반응)에서 부산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백혈병 유발 발암물질을 포함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럭스는 납땜이 잘되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기위해 사용하는 산성 화합물이다.

반올림은 수현씨가 해당 유해물질을 직접 다루지 않았더라도 해당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본다.

반올림은 “전자산업에서는 한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다른 공정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며 “실제 유해물질 측정을 해보면 직접 취급공정이나 부서 외에도 복도, 엘리베이터 등의 공간에서도 유사한 수준의 농도가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현씨의 아버지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대표이사의 사과 △치료비 지원 등 원상회복 지원과 보상 △피해자 추천 전문가의 현장조사 및 자료 제공 등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장했다.

수현씨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 꽃다운 어린 나이에 실습생을 거쳐 입사한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죄밖에 없는 우리 아이가 왜 이런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받아야 하냐”며 “해고철회, 영진전문대 퇴학(고숙련 일학습병행과정) 철회 등 원상회복과 아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 등 철저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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