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부실대응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헌법재판소는 23일 오전 미온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 같은 환경권과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다투는 헌법재판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 재판은 청소년 기후행동을 비롯한 청소년·시민·영유아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을 병합해 심리한다.
이런 소송이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유럽인권재판소는 2020년 11월 스위스 여성과 노인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에서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결했다.
소송 제기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앞선다.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은 2020년 3월 당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미온적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4년 만에 첫 재판인 셈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소송보다 5년 앞선 2015년 6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73%를 감축 목표로 유엔에 제출했다. 2019년 목표량을 일부 수정해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로 제시했다. 이런 목표는 2021년에서야 비로소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로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등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또 파리기후협약 같은 국제조약에 따라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한 국가적 책임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이 제기한 소송은 구체적으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재 폐기)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해당 법률을 계승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이 법 시행령, 국가기본계획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탄소중립기본법의 위헌 여부를 다툰다.
소송을 대리하는 윤세종 변호사는 이날 공개변론에 앞선 소송인단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미래세대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다”며 “명백한 다수에 의한 소수 권리 침해로, 이같은 침해를 막는 게 헌법재판소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라며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 국내에도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