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변화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을 뼈대로 한 의료개혁 추진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22대 총선을 9일 남기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을 둘러싸고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을 해소할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불법 집단행동 중단하고 합리적 근거 가져와라”
“점진적 증원 가능했다면 27년간 왜 한 명도 못 늘렸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TV생중계를 통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대국민담화)에서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며 “의료취약 지역에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를 확보해서 공정한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에만 당장 5천여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2035년까지 최소한 1만5천여명의 의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의료계와 의사 증원 논의를 계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 등 다양한 협의 기구를 통해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 2천명을 고집할 이유가 있냐고, 점진적 증원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며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법과 원칙 따라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진행”
“일부 의사단체 총선개입·정권퇴진 운운, 국민 위협”
그는 “일부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며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복귀하지 않은 8천800명의 전공의들에 대해, 의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전공의들에게 2차 사전통지가 발송된 상황으로 전공의 여러분은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 일부 의사들은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정원 감축에, 장·차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고통에 신음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 거부), 건설노조 ‘건폭 몰이’, 건전재정 기조, 한일관계 개선, 늘봄학교 추진, 원전정책 활성화 같은 예를 들면서 “‘옳은 정책이지만 지지율이 떨어진다’ ‘그걸 꼭 지금 해야 할 필요가 있냐’며 만류하고 막아서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라며 뜻을 꺾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 관련 직역 간 광범위한 협력을 통해 의료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의료개혁을 위한 대통령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를 말씀드린 바 있고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강조했다.
국민에게는 의료개혁을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지금은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정책 추진과 성공의 동력은 결국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