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시민 3만여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보장과 △핵발전 중단 및 정의로운 전환 △철도 민영화 중단 및 이동권 보장 △신공항 건설 및 국립공원 개발 중단 △대기업·부유층 책임 부과 및 당사자 목소리 경청을 촉구했다.
“정부의 요란한 탄소중립 타령, 거짓”
환경·노동·시민사회·정당 등 600여개 단체는 23일 오후 서울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923 기후정의행진’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기후정책이 퇴행적이라고 규탄했다. 권우현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은 “어느덧 기후위기를 참사라는 아픈 이름으로 부르고 일자리와 거주공간, 생명의 위기로 다가오는 동안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거짓에 불과한 정부의 요란한 탄소중립 타령과 가덕도 신공항 추진 같은 위선과 모순의 정치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각자의 어려운 싸움을 하는 이 위기의 시대를 연결된 우리의 힘으로 넘자”며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라는 점, 공장식 축사에서 희생되는 동물이 남았다면 싸워야 한다는 점, 철도가 민영화돼 공공교통이 후퇴하려 한다면 그런 기후 부정의에 맞서 언제든 연대한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 만났다”고 덧붙였다 .
시민들은 기후위기가 불평등한 재난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불평등한 이 사회가 재난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 서울 수해 참사 이후 전수조사하겠다던 정부는 슬며시 표본조사를 했고, 지원대책 선정기준은 말할 수 없이 까다롭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사회가 돈을 버는 방식이 바로 빈곤을 만드는 방식”이라며 “이를 바꾸는 것만이 서로를 구할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환경운동가 “오염수 방류 사과한다”
이날 집회에는 일본 환경운동가도 참여해 최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를 사과하고 기후정의를 강조했다.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일본 사무국장은 “과거 아시아를 침략해 식민지배한 일본이 이번에는 해양방류 가해자가 됐고 일본인은 이를 막지 못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스케 사무국장은 “사고위험과 핵 폐기물 문제를 지닌 핵발전은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확대를 막는다”며 “기후위기를 빌미로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아시아 각국의 탈핵 운동에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멸 위기에 내몰린 발전노동자도 이날 행진에 함께 했다. 송민 공공노련 탈석탄일자리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소중립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계 사회계층 참여를 보장했던 위촉위원수가 반토막 났고 당사자인 노동계 위원은 단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며 “화력발전소 노동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발전소 폐지와 함께 사라지는 노동자의 삶을 정부가 나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멸 노동 당사자들 “탄소중립 공감, 우리 삶도 지켜 달라”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발전소가 폐쇄돼도 우리의 삶까지 폐쇄될 수는 없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발전노동자 2만5천명은 자신의 일터가 사라지는 것을 알면서도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없고 해고는 당연하다며 외면한다”고 비판다.
이날 참가자들은 집회 이후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방면으로 각각 행진했다.
주최쪽은 집회와 행진에 앞서 정오부터 세종대로에서 양대 노총과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철도노조 등이 참여한 가운데 31개 부스를 운영해 기후정의와 산업전환 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