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대상에 대한 환상을 먹고 자라난다.” 미국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말이다. 그는 혐오를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로 구분했다. 투사적 혐오는 자신과 다르거나 배제하고 싶어 하는 대상·집단에게 왜곡된 혐오 감정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거나, 폭력을 통한 상해를 입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아래 노조에 대한 정서와 겹친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헌법적 권리를 막는 노조혐오,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통치술로서의 ‘혐오정치’를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노조혐오의 목적은 통제라고 강조했다. 명숙 바람 상임활동가는 “마사 누스바움이 말한 투사적 혐오는 취약한 집단을 대상으로, 혐오감을 부착하고 두려움을 유발한다”며 “특정 집단에게 두려움을 투사하고 그들을 통제, 지배하면 삶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노조를 억압할 때 사회가 안전하다고 믿도록 만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혐오를 조장하기 위한 전형적인 장치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순수성이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나 노조가 노동권을 옹호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주장하고, 노조가 특정한 사회체제를 지지하면 사회질서를 흔드는 불순한 것이라는 논리 등 순수성의 잣대로 노조혐오를 부추긴다”며 “한국처럼 반공주의 문화가 팽배해 레드콤플렉스가 있는 현실에서 노조혐오는 확산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조혐오가 작동할 때 결과는 명백하다. 기업과 정부에 대항할 조직적 주체가 소멸한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노동조건이 그렇지 못한 사업장보다 나은 것은 노조가 노동조건과 임금을 개선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보니 기업주와 정부에는 위험하고, 노조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혐오에 맞선 대항 표현을 모색할 필요성을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건설+폭력배)’로 매도하는 것에 대항해 ‘국폭(국가폭력)’ 같은 표현을 동원하는 식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편견을 걷어내는 일은 중장기적인 과제라는 지적이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소수자 간 연대를 강화하고 언론 모니터링 등을 통해 혐오를 걷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