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안단테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 4월29일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직접 원인은 보강 철근 누락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사결과 설계·감리·시공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러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호언한 불법 하도급 조사와 관련해서는 “수사의뢰 하겠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국토부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전단 보강근의 미설치와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 추가 하중 미고려가 주요 사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주차장을 떠받치는 보강 철근이 빠졌고, 부실 콘크리트를 쓰고 추가 하중을 고려하지 않아 결국 무너졌다는 얘기다. 건설사고조사위는 △무량판 구조 심의절차 강화와 전문가 참여 확대 △레미콘 품질관리와 현장 콘크리트 품질 개선 △검측절차 강화 및 관련 기준의 연계·보완을 재발방지 대책으로 제안했다.

기둥 32곳 보강 철근 필요한데 설계엔 17곳만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붕괴지점의 전단 보강근 설치 미흡이다. 전단 보강근은 하중을 견디는 보강 철근이다. 사고 현장의 지하주차장은 하중을 지탱하는 보(beam)가 없고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에 슬래브를 바로 연결한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무량판 구조에선 반드시 전단 보강근을 충분히 설치해야 하지만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에서 이를 외면한 것이다.

건설사고조사위가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상 지하주차장 기둥 32개곳 모두에 전단 보강근이 설치돼야 한다. 그런데 설계할 때 15곳에 전단 보강근 설치를 누락했다. 이후 감리 과정에서도 짚어내지 못했고, 시공과정에서도 하중을 측정하지 않았다. 건설사고조사위가 전단 보강근을 설치해야 하는 기둥 8개를 점검했는데 4곳에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했더니 설계기준 강도보다 85% 낮게 측정됐다.

조사결과 불법 하도급 의심 사례도 드러났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고지점 12개 시공팀 중 4개팀 팀장이 팀원 임금을 일괄수령해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하청 팀원에게) 임의 배분한 사례가 있어 수사기관 협조를 받아 불법 하도급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안다”며 구체적인 조치에는 말을 아꼈다.

“불법 하도급 드러나면 기업 망해야” 했던 원희룡 장관
조사결과 발표에선 “정황 있다” 엉거주춤

이번 정부 발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5월 사고현장을 찾아 “불법 하도급 관련 위법이 드러난다면 LH와 GS건설 모두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배치되는 결과라는 비판이다. 건설노조는 정부 브리핑 직후 성명을 내고 “원 장관은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 재발시) 기업은 망해야 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된다고 말했는데 건설사고조사위 발표는 미흡하다”며 “원 장관은 입주민 대상으로 진상을 규명해 무거운 책임을 지우겠다고 말한 책임을 지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현장 노동자들은 붕괴 건물 건설 당시 콘크리트 품질이 안 좋아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 공정이 늦어졌다고 전하고 있다”며 “건설현장의 정밀시공을 담보할 소통구조가 불법 하도급으로 깨져 있는 것은 건설사와 노동자 사이에 중간도급업자가 끼어 노동자를 더 싸고 마음껏 부릴 수 있ㄷ록 하는 ‘카르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GS건설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1천666세대를 모두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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