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하려던 금속노조 조합원 2명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행동 활동가 1명이 연행됐다. 사진은 탑승자 4명이 있음에도 경찰이 방송차량을 견인하자 이에 항의하는 노조 조합원의 모습. <이재 기자>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하려던 금속노조 조합원 2명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행동 활동가 1명이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노조는 이날 일진하이솔루스와 현대제철, 한국와이퍼 등 사업장 내에서 진행한 집회에 경찰력을 투입해 노동자를 연행하거나 집회를 해산하는 등 무리한 대응을 한 경찰을 규탄하기 위해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열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행진을 시작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5시45분께 진입했다. 이후 문화제 준비 등을 이유로 차량을 행진이 끝난 장소인 서초역 6번 출구 앞에 대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문화제가 불법이라며 이날 오전부터 일찌감치 대법원 앞 인도에 절반가량을 펜스로 가로막고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방해했다. 이어 6시5분께 문화제를 위한 방송차량을 견인하겠다며 막아섰다. 노조는 평화적인 문화제일 뿐 아니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5조에 따라 오락과 예술을 목적으로 한 문화제는 신고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노조는 차량을 이동시키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견인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차량 견인에 항의하며 차량 앞에 주저앉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행동 활동가를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해 서초3경찰서로 후송했다. 이에 조합원 2명이 항의하자 또 연행했다.

“백번 양보해 미신고 집회라도 연행 근거 없다”

노조는 경찰의 연행이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긴급히 현장을 찾은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경찰은 문화제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했고 집회 참가자의 이동을 막을 뿐 아니라 문화제에 사용할 차량을 강제적으로 물리력을 이용해 견인했다”며 “이 공간은 지난 3년간 20여 차례 금속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집회 신고 없이 문화제를 해왔던 장소로 문화제는 집시법 15조의 신고 의무를 면제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김 변호사는 “백번 양보해서 미신고 집회라고 해도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해 문화제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해산명령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직접 위험이 명백히 초래됐을 경우나 가능한데 이번 집회는 불과 수십 명이 평화적으로 개최하려던 행사로 타인의 법익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할 집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산명령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애초에 해산명령이 없었다는 점이다. 인권활동가 명숙씨는 “경찰은 방송차량 견인 과정을 비롯해 해산명령들을 발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견인하고 연행을 했다”며 견인차량에 사람이 탑승해 있음에도 안전을 도외시하고 견인을 강행해 부상의 위협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의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행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명백한 국가폭력, 책임 물을 것”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의 엄정 대응 발언에 경찰이 폭력적인 노조 탄압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은 “입만 열면 노사 법치주의를 말하는 윤 대통령이 며칠 전 민주노총 집회를 겨냥해 엄정한 처벌을 지시했다”며 “가진 자들의 불법파견 범죄를 10년, 20년 좌시하면서 노동자에게는 이토록 가혹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노조는 경찰의 문화제와 노숙농성 방해와 연행 등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박혔다. 노조는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상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제한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오늘 경찰의 국가폭력은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 경찰이 25일 오후 6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하려던 금속노조의 방송차량을 탑승자가 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 <이재 기자>
▲ 경찰이 25일 오후 6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하려던 금속노조의 방송차량을 탑승자가 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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