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부터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인상률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고 노동자의 임금을 틀어쥐는 방식으로 누적 적자를 해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인 가구 기준
전기 월 3천원, 가스 월 4천400원 인상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발표했다. 16일부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인상한다.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가스요금 부담은 각각 3천원·4천400원 늘 것으로 보인다.
비용부담이 커지는 취약계층은 올해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도 생계·의료 기초생활수급자 중 더위·추위 민감계층에서 주거·교육 기초생활수급자 중 더위·추위 민감계층으로 넓혔다.
정부 결정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 협의회 직후 나왔다. 국민의힘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방만 경영이 요금인상을 부른 요인으로 지목하고,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한무경 의원은 “지금 한전과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사태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도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겨 가며 방만한 경영을 한 데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직원이 위기 타개에 동참해도 모자랄 판에 한전은 6%, 가스공사는 7%의 인원만 임금동결에 참여했다”며 “방만한 공기업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도록, 민생 부담을 최소한 덜어 드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 12일 총 41조1천억원 규모의 혁신 자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연봉 동결, 조직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이 추가됐다. 한전은 임기가 1년여 남은 정승일 사장이 사퇴하고, 서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를 비롯해 10개 사옥의 임대 추진과 같은 부동산 매각·임대계획도 포함했다. 한전의 부동산 매각은 대기업이나 특정 세력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시스템 따라 결정 않은 인상”
노동계는 전력산업 발전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에는 임금 반납·동결을 말하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요금인상을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는 방만경영 탓이 아니라 지나친 화석연료 의존성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영업구조에 있는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적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본지 2022년 7월6일자 2면 “방만경영 탓 적자? 원인은 지나친 화석연료 의존” 기사 참조>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정부는 예전 자구책만 반복하며 요금인상의 명분만 쌓았다”며 “특히 정부는 긴급정산상한가격제(SMP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민자발전사의 손실액을 보전하기로 했다. 국민에게 손 벌리고, 노동자에게 임금 빼앗으면서, 대기업엔 특혜 주고, 정부는 뒷짐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함규식 전력노조 사무처장은 “인상액이 전력산업 정상화에 턱없이 부족하다”면서도 “정부가 시스템에 따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를 인상하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이유 없는 정치적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함 처장은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를 산자부 산하에서 독립시켜 정치적 결정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웅·강석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