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노동절에 몸에 불을 붙였다가 지난 2일 숨진 건설노조 간부 양아무개씨가 원내 야 4당에 보낸 유서가 공개됐다. 숨진 간부는 야당에게 윤석열 정권 퇴진과 구속노동자 석방을 호소했다. 노동계 분노가 커진 가운데 각 정당은 서둘러 “유지를 잇겠다”는 취지의 논평을 내놨다. 노조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노조 때리기 관련 의견 표명도 요청했다.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인은 노동절인 1일 오전 9시35분께 춘전지법 강릉지원에서 분신하기 전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대표에게 보내는 유서를 작성했다. 고인은 유서에서 “먹고 살려고 노조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는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돼 억울하고 창피하다”며 “윤석열 검사독재 정치의 제물이 돼 지지율 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돼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이 희생돼야 하느냐”며 “윤석열 정권 무너뜨리고 무고하고 구속된 분들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원내 야 3당 “유지 잇겠다” 이재명 “책임은 대통령에”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은 고인의 사망을 애도하면서 유지를 이어 윤석열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논평을 내진 않았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일 한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윤석열 정권의 노조탄압이 생명을 앗아갔다”며 “책임은 대통령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사고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고인이 가족과 정당 외에 건설노조에 남긴 유서도 발견됐다. 고인은 노조에 보낸 긴 유서에서 “동지들은 투쟁을 하는데 저는 편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노동자를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윤석열 대통령을 지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썼다.

고인의 사망에 분노한 노동계는 대정부투쟁을 강화할 방침이다. 노조는 4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상경집회를 한다. 민주노총은 10일과 17일께 서울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고인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진다면 서울 각지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대정부투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를 전망이었으나 고인이 야 4당에 보내는 유서가 발견되면서 노조장으로 진행될 여지도 커졌다. 노조는 4일 발인을 하지 않은 채 장례절차에 대해 유가족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건폭 등 혐오표현 사용,
노조 위축 시도는 기본권 침해”

노조는 편견 해소도 호소했다. 그 일환으로 노조는 이날 오후 국제건설목공노련(BWI)·민변 노동위원회와 함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조 때리기’ 관련 의견 표명을 국가인권위에 요청하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혐의사실에 대한 특정 없이 깜깜이 수사를 하는 것 또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통해 건설노조는 ‘건폭’ ‘약탈집단’ ‘기생충’으로 격하됐다”며 “노동 3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혐오표현을 사용해 노조를 위축시키고 무리한 수사를 통해 노조활동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정면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앰벳 유손 BWI 사무총장은 “ILO 98호는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다는 것으로 국제법으로 보호받는 권리이지 공갈이나 강요가 아니다”라며 “6월 ILO 총회에서 한국 정부의 노조탄압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라고 강조했다.

이재·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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