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포스코가 6월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목표로 4월 중 하청노동자들에게 입사지원서를 받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설비경쟁력과 안전 강화”를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불법파견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포스코 하청노동자가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지 11년 만에 정년 도과자를 제외한 포스코 하청노동자 55명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후 직접생산공정 중심으로 노조가입과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이 확산하고 있다. 2021년 7월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하청 노동자 7천여명 직접고용을 시도했던 것과 유사하다.

“1차 협력사 우선채용, 2·3차도 지원은 가능”

포스코는 지난 20일 설비경쟁력 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냉천 범람사고로 침수피해를 입은 뒤 복구과정에서 정비체제 구축과 정비기술력 향상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재인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기계·장비·전기 분야를 각각 2곳씩 총 6개의 자회사가 포항과 광양 지역에 설립될 예정이다. 포스코 설명에 따르면 정비업무를 수행하던 협력사는 정비자회사 설립에 참여할 수 있다. 자회사 직원은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모집하되, 현재 일하는 협력사 직원을 우선 채용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1차 협력사 (노동자)를 우선으로 채용하고, 2·3차 협력사 (노동자)도 원하면 지원할 수 있다”며 “사무·관리 직무 등도 당사자가 희망하면 지원할 수 있고 우선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포스코가 불법파견 책임 회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포스코 하청노동자 55명의 불법파견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는데, 그해 9월 말 하청노동자 1천66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소송을 제기한 1~7차 소 제기자가 808명임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빠르다.

포스코 설명에 따르면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하청업체는 20곳으로, 노동자는 5천여명 정도다. 전체 하청노동자가 1만8천명 수준이다.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 뒤 노동자 잇따라 소 취하

2021년 7월 자회사를 설립한 현대제철 사례와 유사하다. 현대제철은 순천공장 노동자 161명이 2011년 법원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 1·2심 모두 승소 후 대법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불법파견 인정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진공장 노동자들도 대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당진·인천·포항 사업장별 계열사를 설립하고 소 취하와 부제소 확인서를 작성한 이들만 자회사에 지원할 수 있게 하자 노동자들은 둘로 쪼개졌다. 자회사 지원시 자연스레 소 취하, 노조탈퇴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현재 4천명이 넘던 금속노조 조합원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다른 점이 있다면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포스코 하청노동자 중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자회사 설립과 하청노동자 전환 채용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자회사 직원 공개채용 당시 부제소 확인서 작성을 요구한다면 불법파견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인 셈이다. 지금은 정비 분야 자회사에 그치지만 다른 공정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권오산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지금 현장에는 정비부터 시작하고 조업으로 확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포스코가 분사할 때 내세운 전문성 강화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꼬집었다.

포스코 자회사도 못 벗어난 불법파견 논란

새로 만든 자회사가 포스코와의 관계에서 형식적인 독립성만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무늬는 자회사이지만 불법파견 업체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엠텍도 직접생산공정을 맡고 있는 다른 하청업체처럼 불법파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주고법은 포스코엠텍 노동자 7명과 협력사 포에이스 노동자 1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지난해 2월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포스코엠텍은 철강포장 전문 업체로 포스코와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해 1~4 냉연·도금공장 등에서 생산된 코일의 수취·검사·포장 작업, 포장자재 관리 등을 수행한다. 2005년에 포스코 계열회사로 편입됐고 2011년 사명을 포스코엠텍으로 변경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설립하는 자회사의 경우 인사·노무 등 각 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불법파견은 법원에서 판단을 하는 것이고, 불법파견 이슈와는 관계없이 기술력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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