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홈페이지 갈무리

포스코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준비하던 하청노동자가 해고돼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이 노동자가 자사 업무시스템(EP)을 통해 하청업체에 내린 공문과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화면 사진을 개인 메일에 전송한 혐의로 하청업체에 영구 출입정지할 것을 통보했다. 하청업체 ㈜동후는 자체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면직을 최종 통보했다. 생산공정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전자시스템 MES는 지난 7월 대법원이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확정하는 데 주요 근거가 됐다.

포스코 “무단촬영해 개인 메일에 저장”
해고자 “업무상 예전부터 그렇게 해”

2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하청업체 노동자 A씨의 행위를 최초 인지한 쪽은 포스코다. 포스코 보안담당 부서는 A씨의 행위를 포착한 뒤에 현장 조사, A씨와의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이후 하청업체에 A씨의 영구 출입정지를 통보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인 동후는 신속히 인사위원회를 진행했고, 지난 13일 A씨를 징계면직 했다.

사측이 밝힌 징계사유는 “A씨가 지난달 12일 회사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업무 관련한 화면(MES)을 촬영했지만 사진촬영 관리대장에 기록하지 않았고, 무단촬영한 사진 22장을 사내 PC에서 압축파일로 저장해 본인의 메일에 보냈다”는 것이다. 사측은 “위 비위행위는 ‘포스코 시설 및 출입관리지침(보안사고 유형별 조치기준)’, 회사 취업규칙 등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라고 징계 통보서에서 밝혔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평상시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다음 근무조에) 따로 전달하지 않으면 작업에 혼선이 생겨 작업과 관련한 (EP상) 지시는 사진을 찍고 프린트를 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EP에 있는 자료는 6개월이 지난 뒤에 사라지기 때문에 영구 저장 방법을 고민했고, 담당 공정이 열연으로 바뀌기 전 연주 공정에 있을 때와 동일하게 보관용으로 개인 메일에 저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컴퓨터는 여러 직원이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메일에 업무 자료를 전송,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A씨와 업체 직원들은 개별 이메일로 업무 관련 소통을 해 왔다. A씨가 찍은 MES사진은 스케줄·코드별 진행 조회 화면을 찍은 두 장인데, 자신이 작업을 숙지하고 동료에게도 알려 주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직위는 수석으로, 현장 업무와 함께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담당해 왔다.

“불법파견 소송 참여자 늘어나자
자료 유출 경계령 내린 것”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A씨의 해고가 불법파견 소송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후에서만 12년 일한 A씨는 전·현직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지난 7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자 8월 노조에 가입했고, 3차 소송 제기를 준비해 왔다.

양동운 지회 법률국장은 “자료를 개인 메일로 업무차 전송한 것이고, 외부에 유출한 적도 없다”며 “포스코가 이런 사안을 가지고 영구출입 정지를 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이어 “포스코가 (불법파견 징표가 될 수 있는) 포스코의 업무지시와 관련한 자료 유출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8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천100여건의 자료를 불법파견 소송에 활용하기 위해 개인 메일에 발송한 지회 조합원 B씨는 정직 1개월 처분에 그쳤다. 이마저도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2월 “원고 비위 정도에 견줘 징계양정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며 징계가 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했다. 당시 법원은 정보보호지침을 위반하고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의 보안질서를 해쳤지만,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증거로 제출해 재판청구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전송을 했고,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업무 중 작업내용에 관련된 사진을 개인 메일 계정에 저장한 것이 사실관계인데 이전부터 계속 하던 방식”이라며 “(하청업체가) 1년여 전에 그룹웨어를 도입해 사용하기는 했지만 업무상 그룹웨어와 개인 메일 사용을 혼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포스코측이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하청노동자의 불법파견 소송이 확대되자 이런 상황을 위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회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징계해고는 하청청체인 동후에서 조치했다”며 “동후에 징계해고 사유를 확인해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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