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이 당진·인천·포항공장에 이어 순천공장에도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최근 대법원에서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한 데 대한 후속조치로 보인다. 3년 전 현대제철 당진공장 자회사 설립과 정규직 전환 당시 불거졌던 하청업체 폐업에 따른 고용불안과 강제 전적 등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IEC 400여명 고용, 다음달 출범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현대제철은 지분 100%를 출자한 자회사 현대IEC 출범을 앞두고 자회사 직원 채용을 26일까지 진행한다. 당초 14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기간을 연장했다. 고용 대상은 순천공장 사내협력사에 재직 또는 재직 이력이 있는 자뿐만 아니라 당진공장 사내협력사에 재직 중인 직원도 포함된다. 현대제철 사측은 당진공장에도 순천에 연고가 있는 직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채용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당진공장 재직자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IEC는 4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해 다음달 출범할 계획이다.

자회사 설립과 정규직 채용은 ‘불법파견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대법원은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61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고, 작업수행에 관한 지시·감독을 했다는 취지다.

아직 2·3차 소송 250여명(2심 계류), 4·5차 소송 70여명(1심 계류)이 법적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자회사 전환을 통해 불법파견 판결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자회사 전환 의도로 보인다.

2021년 7월 현대제철은 자회사 추진안을 발표하고 지분 100%의 현대ITC(당진), 현대ISC(인천), 현대IMC(포항)를 세워 4천여명을 채용한 전례가 있다. 당시 대법원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당진공장 4개 업체 11개 공정 749명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대IEC 직원 임금은 현대ITC와 마찬가지로 정규직의 8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은 부제소 확약서와 시정지시 이행 확인서 서명을 전제로 이뤄진다. 현대IEC 채용관련 Q&A를 보면 입사축하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소취하위로금도 1심·2심·3심 진행 단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자회사 채용과 별도로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161명 중 파기환송된 11명과 정년퇴직자 등을 제외한 130여명에 대해서는 원청이 직접고용한다.

대법원 승소자들도 타 지역 이동 가능성

자회사 채용 과정에서 2021년 당진공장에서 불거졌던 고용불안과 강제 전적 문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상규) 설명을 종합하면 2021년 9월1일 ITC 설립을 앞두고 14개 사내하청업체가 같은해 8월31일자로 폐업하면서 상당수 직원들은 기존 업무와 다른 공정에 배치됐다. 이상규 지회장은 “자회사 지원 대상 5천300여명 중 3천500여명이 자회사 채용을 택했고, 1천800여명이 하청업체에 남았다”며 “1천800여명 중 공정이 바뀐 사람은 750여명(41.7%) 정도”라고 설명했다. 사내하청 노동자 상당수가 익숙하지 않은 작업에 투입돼 현장 혼란이 가중됐고 사고 위험이 커진 데다 직무스트레스도 높아졌다는 게 지회 주장이다.

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도 “자회사가 ‘편한 공정’을, 남은 하청업체는 ‘위험하고 어려운 공정’을 담당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회 관계자는 “부제소 합의서 등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을 이어 나갈 하청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위험업무에 내몰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노동자들도 순천이 아닌 당진·인천·포항으로 전환배치될 수 있다”며 “순천에 남으려면 자회사로 가야 한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전했다.

현대제철 사측 관계자는 이번 확정판결을 받은 사내협력업체 직원에 대해 “기존 업무는 협력업체가 담당한 업무여서 (직접고용 이후)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는 어렵다”며 “순천에 TO가 있으면 순천에서 일할 수 있지만 (없다면) 다른 곳으로 전배를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회사가 어떤 공정을 담당할지는) 인적 구성이 정해진 뒤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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