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에 맞서겠다”며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조합원 열람권을 보장하는 서류 비치 수준의 정부 회계장부 관련 요구에는 응하되 회의록 공개 같은 노조 자주성 침해 여지가 큰 요구는 거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17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민주노총 단위노조 대표자대회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이날 대표자대회는 다음달 7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앞서 산별노조와 지부 대표자에게 윤석열 정부 행태 관련 배경을 분석하고 민주노총 지침에 대해 의견을 구하기 위해 열렸다. 산별노조과 지부 대표자·간부 등 1천400여명이 모였다.

양경수 “건설노조 탄압, 민주노총 동력 차단 시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 어느 집단보다 회계처리가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자부한다”며 “단순 점검 수준의 요구에는 응하되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개입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응지침을 마련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직접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배경과 양상, 그리고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정부 고위관계자의 노동탄압 발언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한 노동자성 부정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한 노조활동 개입 △건설노조 집중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특히 “건설노조 탄압은 민주노총의 동력을 분쇄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차원의 대규모 집회에 건설노조 조합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며 “건설노조를 와해시키면 민주노총의 동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셈법이 작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화물노동자 파업에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한 것에는 “국내 물류 전반을 책임지는 화물노동자는 민주노총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극대화하는 산업”이라며 “이를 탄압해 민주노총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집행부 투쟁본부 전환, 2월부터 대응 강화

민주노총은 올해 내내 윤석열 정부와 전선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7일 정기대대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산별·단위노조별 파업을 조직한다. 이사이 민주노총은 집행부를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다음달부터 각종 궐기대회를 열고 국회·미디어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을 때리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른다’는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겠다는 목적이다.

사회연대도 강화한다. 양 위원장은 “올해는 민주노총과 윤석열 정부의 한 판 싸움이 이뤄질 것”이라며 “전선을 확장해 광범위한 시민사회·민주진보진영과 연대체를 구성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표자대회에는 이종철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장이 참석해 다음달 4일 이태원 참사 추모 100일 집회 참석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사망한 배우 이지한씨의 아버지다.

이날 대표자대회 이후에는 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은 “자본의 만행을 폭로하고 규제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요구한다”며 “제2의 한국와이퍼가 나오지 않도록 76만 외국계투자기업 노동자의 맨 앞자리에서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3월 총파업 하자’ 정부 노동정책 불만 분출
기아차지부장 “정부 탄압 코앞인데 투쟁 지지부진”
양경수 위원장 “사회연대 강화하고 총궐기 포함 기획”
남윤희 기자
▲ 남윤희 기자

민주노총이 17일 오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단위노조 대표자대회에 참석한 산별·단위노조 대표자들은 7월 총파업에 대해 지지와 보완 요구, 대안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 일부 지부대표자들은 현시점 노동탄압과 대비해 7월 총파업 계획은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요구를 선명하게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은 다음달과 3월까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인데 민주노총의 계획은 과연 반격이 맞느냐”며 “정부의 공세 속도에 비춰 민주노총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 또는 5월 총파업이 불가능하지 않다”며 “지금 현장 조합원은 오히려 노조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할 정도”라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의 공공기관 파업에 민주노총이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비정규 노동자와 화물연대, 그리고 서울교통공사의 파업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했다”며 “그런 파업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민주노총 차원의 파업으로 연결되지 못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밝혀 달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쪽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고은성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장은 “올해 민주노총이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기고만장할 것”이라며 “건설노조는 이미 결의했다”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 운동이 침잠하고 있다며 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장은 “지난해 0.3평 철제감옥에 비정규 노동자 삶을 구겨 넣었을 때 민주노총은 그곳에 민주노총 정신이 있다고 했다”며 “지금 그 전선을 가까스로 국회로 떠올렸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했다. 그는 “반격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전선을 지켜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회 앞에 노조법 개정 요구를 들고 다 함께 투쟁하자”고 토로했다. 이 밖에 기후정의운동과 이태원 참사 연대 같은 사회연대 강화 요구도 이어졌다.

양경수 위원장은 “7월 총파업에 앞서 다양한 방식으로 궐기하고 정치·미디어 대응을 비롯해 사회연대도 강화해야 한다”며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를 선명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도 무겁게 받아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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