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순천만잡월드지회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순천시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청소년 진로체험관 순천만잡월드가 부당해고·임금체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례에 맞는 운영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개관 초기부터 잡음

2021년 10월 개관한 순천만잡월드는 호남권 최대 어린이·청소년 직업체험센터다. 국비 231억원, 시비 256억원을 포함해 총 487억원이 투입됐다. 순천시는 드림잡스쿨이라는 민간기업에 위탁운영했다.

3일 공공연대노조 순천만잡월드지회(지회장 신정화)에 따르면 순천만잡월드 개관 초기부터 노동조건 문제가 불거졌다. 체험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전문강사를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6개월의 수습기간을 둔 것이다. 개관 한 달 만에 노동자들과 순천시, 사측이 간담회를 열어 순천시가 수습기간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주문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운영상 문제가 계속 불거졌다. 겨울작업복이 지급되지 않아 직원들이 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었고, 회사에 돈을 내는 유료 자격증 취득을 사측이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지회가 결성됐다. 하지만 사측은 같은달 재계약 심사를 앞둔 조합원 6명에게 계약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잡월드 이용객이 늘어 꾸준히 신규채용을 해 왔고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6명 중 2명은 우수사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해고자들은 노조 결성에 따른 부당해고 정황이 의심된다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이후 노사 임금·단체교섭은 결렬돼 지회는 지난해 11월 말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부분파업 일주일 뒤인 같은해 12월1일부터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지회는 같은달 8일부터 순천시청 앞에서 순천시장과의 면담과 위탁업체 계약해지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노조가 생기면서 새롭게 드러난 문제도 있다. 지회에 따르면 순천시와 드림잡스쿨이 위탁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작성하면서 전문강사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임금보다 월 20만원가량 적게 지급됐다. 드림잡스쿨은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까지 작성했는데도 계약만료를 강행했다.

‘순천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수탁기관은 근로자의 고용·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순천만잡월드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수탁자가 위탁 조건을 위반할 때” 위탁 취소가 가능하다. 지회는 조례를 위반한 드림잡스쿨에 순천시가 위탁 운영 취소를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천시 지도·감독 책임 방기”

지회는 순천시가 수탁기관을 지도·감독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회 결성 이전부터 수차례 순천시에 잡월드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고, 지회가 출범한 뒤에도 공문을 통해 시의 개입과 중재를 요구했지만 시가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지회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순천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신정화 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 기자회견에서 “순천시는 조례에 따라 감사와 조사, 각종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엄동설한에 길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고려해 감사원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열린 순천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순천만잡월드 문제가 제기됐다. 최미희 진보당 순천시의원은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정형태 드림잡스쿨 대표에게 물품 구입·관리 체계부족을 포함한 재정과 관리 투명성, 조례 위반, 부당해고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순천만잡월드를 운영하는 정형태 대표가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계약을 위반한 점을 발견했다”며 “응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리감독을 했고, 지난해 노조에서 요구한 일부 사항에 대해 조치하라고 수탁사에 권고한 바 있다”며 “현재 시에서 감사해 수탁사로부터 소명 자료가 제출돼 검토 중인 상태이며 사태를 해결하고자 수탁사, 노조와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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