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교섭 결렬로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 전원을 사업부 폐지 방식으로 해고한 쥴릭파마솔루션스서비스코리아의 정리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기간제 비정규직’ 고용불안으로 노조설립
전원 조합원인 사업부 폐지로 해고자 18명 발생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11민사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쥴릭파마솔루션스서비스코리아 해고자 18명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지난 22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글로벌 제약회사 쥴릭파마코리아 계열사인 이 회사는 콜센터·텔레마케팅·경영컨설팅업 등을 하는 회사다. 마케팅 사업부와 PC(Patient care·환자관리) 사업부를 운영해 왔다.
PC 사업부는 환자나 의료진의 의약품 관련 문의에 답하거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의약품 교육을 하는 업무를 했다. 이곳 노동자들은 2019년 3월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민주제약노조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지부를 결성했다. 사업부 노동자 대부분이 기간제여서 고용이 불안했던 점이 노조를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듬해 5월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냈다.
노사갈등은 2020년 임금교섭에서 불거졌다. 지부는 임금교섭에서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쟁의행위를 준비하는 배수진을 쳤다. 10월26일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는 같은달 30일부터 11월13일까지 일손을 놓았다.
교섭결렬과 쟁의행위 준비 과정에 회사는 지부장·사무국장·회계감사를 대상으로 징계조치를 밟은 뒤 대기발령했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부는 쟁의행위 절차 진행 중에는 노조간부에게 인사명령을 내릴 수 없도록 한 단협을 위반한 것이고, 쟁의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부당한 징계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당시 어완 뷜프(Erwan Vilfeu) 대표이사를 고소했다.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해당 사건을 여태 결론 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뷜프 대표는 올해 7월 초 싱가포르에 있는 그룹사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부 폐지는 쟁의행위 종료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회사는 파업으로 고객사 75%가량을 잃어 PC 사업부를 유지할 수 없다며 2020년 12월22일 회망퇴직과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파업 종료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발표다.
법원 “긴박한 경영상 위기 아니고, 해고회피 노력 없어”
해고 과정에서 회사는 고용유지를 위한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부는 고용유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단협을 이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 무기한 무급휴직을 감수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회사는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3월 말 사업부를 폐지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조합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정리해고에 동의한 직원 2명을 제외한 조합원 18명은 같은해 4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충족하지 못했고, 해고회피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2020년 영업손실액은 미미한 수준이고, 소수 고객사만으로도 사업부를 운영할 수 있고, 인건비가 운영비 대부분인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을 감내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회사는 정리해고 계기가 된 고객층 이탈을 불러 온 파업 종료일로부터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 곧바로 PC 사업부 폐지를 결정한 후 이를 강행했다”며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기영 민주제약노조 위원장은 “지부는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조간부를 징계하려 하고, 파업 종료 후 즉각적으로 사업부를 폐지하는 등 일련의 회사 행태는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며 “부당해고 사실이 재판에서 확인된 만큼 회사는 해고자 전원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지부는 회사에 1심 판결에 따른 후속 대응을 논의하는 교섭을 내년 1월 중 개최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