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13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원청인 인천공항공사, 3개 자회사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14일부터 18일까지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을 놓고 4자 대화를 한다. 이 자리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은 21일부터 전면파업을 한다.

자회사 노동자 1천800여명은 지난달 28일에도 하루 파업했다.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첫 파업이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공사 용역업체 소속에서 자회사 정규직 노동자로 2020년 전환을 완료했다.

자회사 노동자 임금은 최저임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찾은 곳이 인천국제공항이었다. 때문에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정규직화 정책은 미완의 정책에 머물렀다. 노동자들은 공항을 ‘일지옥’으로 부르며 “용역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부가 지난달 3개 자회사 노동자의 신입직원 급여명세서를 취합한 결과 법정 제수당 등을 제외하고 이들의 기본급(직무급+직능급)은 최저임금(약 191만원)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인천공항시설관리는 195원, 인천공항운영서비스 191만5천원, 인천국제공항보안은 186만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정원 대비 현원 11%나 밑돌아
“일 힘들어” 기피 일터 된 자회사

임금은 낮지만 노동강도는 높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소속인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주 6일 일한다. 인천국제공항보안의 보안방재 노동자들은 3조2교대로 주 평균 44.3시간을 근무해 33.3시간을 일하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보다 매주 10시간을 넘게 일한다.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 60.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인천공항 자회사는 구직자가 기피하는 일터가 됐다. 인천공항 3개 자회사 정규직 전환 논의가 완료될 무렵인 2020년 3월부터 지난 8월까지 새로 입사한 753명 중 250명(33%)이 근속년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들 자회사의 총 정원은 지난 8월 기준 9천854명이지만 현원은 8천774명이다. 정원의 11%에 달하는 1천80명이나 부족하다.

14~18일 4자 대화
“진전 없으면 무기한 파업”

사람은 부족한데 일감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월 32만여명에 불과하던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 8월 195만명대까지 치솟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로 만든 노동자들은 세계 최저의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며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고, 일하던 사람도 그만두고, 처우가 그 정도로 나쁜데 공사는 아무런 계획이 없느냐”고 질책했다. 이런데도 지난 6월 시작한 3개 자회사와 지부 간 교섭에서 자회사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률을 1.4%로 제시했다. 지부는 올해 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 간 업무계약에서는 그간 적용돼 왔던 낙찰률 87.995%(약 88%)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12% 임금인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수의계약을 맺어 낙찰률을 적용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계약금액 100%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다.

결국 교섭은 결렬됐고 지부는 이달 재파업을 예고했다. 다행히 지난달 경고파업과 국정감사를 거치며 지부가 요구해 온 4자 간담회 자리가 만들어졌다. 18일까지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21일부터 시작하는 지부의 무기한 파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금수준 가장 낮은 인천공항
세계 주요 공항은 임금인상 잇따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싱가포르·홍콩·독일·미국·호주·영국과 비교해 공항노동자들의 임금이 가장 적다. 노조가 이달 1일 기준 미국 경제 데이터 업체인 ERI(Economic Research Institute)가 제공한 8개국 공항 3개 직군(청소·보안·시설) 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한 결과 모든 직군의 노동자 임금이 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수요가 회복되고 물가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공항에서 인력부족과 저임금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는 임금을 인상하는 추세다. 네덜란드·미국·캐나다·영국·독일 등에서 공항노동자들의 요구로 임금이 인상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의 항공노조인 유나이트노조는 항공서비스회사인 멘지스사 소속 글래스고공항 직원 200여명이 올해 9.1% 수준의 임금인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유나이트노조 조합원이자 영국 개트윅공항에서 일하는 항공서비스회사 윌슨 제임스사 소속 300명의 노동자 역시 올해 4월부터 임금이 21% 올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공항에서 일하는 보안직군의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려 왔다. 네덜란드노총인 FNV와 CNV는 지난달 “2022년 11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시간당 1.4유로 임금을 인상하기로 보안회사들과 합의했다”며 “특히 자정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일하는 노동자는 35%의 추가 수당을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항의 인력부족 문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언론사 <유로뉴스>가 7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의 샤를드골공항과 오를리공항은 4천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월 “유나이티드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승무원들은 미국 전역 21개 공항에서 나타나는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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