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레고랜드 2천50억원 채무불이행 사태로 불거진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끈 모양새지만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정부가 50조원 상당의 국책금융을 자금시장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되찾았다. 24일 오전 한때 요동치던 국고채 금리도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고시 3년 국고채 기준 오전 4.311%에서 4.305%로 0.19%포인트 내렸다. 21일 오전 4.481%, 오후 4.495%였던 것과 비교하면 완만한 하락세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진 건 최고 신뢰 수준의 지방정부 채권이 채무불이행 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보증을 선 상품이 부도가 나면서 자금회수에 빨간 불이 켜지자 정부보다 신용이 낮은 일반 기업의 회사채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정책금융이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같은 중앙정부 차원의 최고 신뢰도를 가진 정책금융기관이 회사채를 최대 50조원 이상까지 보증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처방이 장기적으로도 유효할 것이냐는 대목이다. 당장 산은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우려다. BIS는 은행이 가진 위험가중 자산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이다. 낮아지면 그만큼 위험자산 비중이 크다는 것으로, 투자를 위축하거나 자본을 거둬들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산은이 갖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지분 32.9%다. 한전의 올해 손실이 이 지분에 영향을 줘 BIS 비율이 연말 1.37%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기업지원 한도를 줄여 BIS 비율을 높여야 한다. 어림잡아 이 액수는 한 해 33조원 정도다.

이번에 정부가 산은에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회사채 매입을 늘리라고 지시하면서 이 돈 또한 BIS 비율 인하에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 정부는 23일 회의에서 산은과 기업은행에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프로그램 규모를 5조5천억원에서 10조원으로 두 배가량 늘리라고 했다.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CBO(P-CBO)도 2조6천억원에서 5조6천억원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사실상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해 시장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급한 불을 끄도록 한 것이다.

김천순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면서도 “산은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이런 경제위기를 우려해 산은의 지방이전 시도를 중단하고 다가올 위기에 총력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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