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인명사고가 났다.
23일 오전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노동자 ㄱ씨가 오른손 검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피해자는 스태커(박스적재기)에 적재돼 있는 플라스틱 박스에 빵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빈 플라스틱 박스를 제거하려다가 스태커와 박스 사이에 손가락이 끼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인근 병원에서 접합 수술을 받은 상태다. 경찰은 안전수칙 준수 같은 위반사항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인 ㄴ씨가 소스 교반기에 상반신이 껴 사망한 지 8일 만이다. 샤니 성남·영남공장에서는 최근 3년간 발생한 80건의 산재 중 27건이 끼임사고다.
SPC 계열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고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대책회의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에 따르면 SPL 평택공장에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37명이 다쳤다. ㄴ씨와 같은 끼임 15명, 넘어짐 11명, 불균형 및 무리한 동작 4명 등이다. 화섬식품노조가 조사한 결과 안전사고도 올해만 SPL 8회, 파리바게뜨 가맹점 11회, 던킨도너츠 2회 발생했다.
ㄴ씨 사고 이후 SPC그룹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직접 사과에 나섰다. 허 회장은 21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3년간 1천억원을 투입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SPL 산재사망 대책회의와 공동행동은 21일 “유족 예우 같은 입발린 소리 말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실질적 배상과 노조·시민사회·전문가가 참여한 사고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 책임도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23일 “SPC그룹은 2018년 파리바게뜨 노동자 5천300명 불법파견에 따른 162억원 과태료를 사회적 합의 체결로 면제받은 뒤 핵심 합의를 파기하고, 노조탄압에 이어 산업안전과 중대재해 방지 책임 같은 사회적 책무를 번번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21일 논평을 내고 “SPC는 향후 안전설비뿐 아니라 일하는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SPC는 대기업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기업으로, 2조 맞교대에 특별연장근로까지 하는 현재 노동시간과 교대제를 반드시 개선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임금을 보전하는 것은 필수”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