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액정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희귀금속 ‘인듐’에 중독되는 직업병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인듐을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유해물질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정책포럼 회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인듐 직업병 예방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한다.<편집자>

▲ 김부욱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연구부교수
▲ 김부욱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연구부교수

필자는 2019~2020년 인천시에 위치한 인듐주석산화물(ITO) 분말 제조업체를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50대 작업자에게 간질성 폐질환이 발생했는데, 직업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의 일환이었다. 당시에는 인듐이 작업환경측정·특수건강검진 대상인자가 아니었던지라 작업자들의 인듐 노출실태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업체에 없었다.

현장조사 당시 30대 동료 작업자들의 반응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그들은 인듐의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필자에게 “그분(50대 산재 신청인)이 했던 업무는 쉬운 일이고, 그분이 산재로 인정되면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ITO 입자를 장기간 흡입하면 인듐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논문 등을 통해 이미 접한 적이 있었다. 직업병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의 인듐 위험성에 대한 무지가 안타까웠고,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자의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필자에게 인듐을 마시면 정말 질병에 걸릴 수 있는지, 그동안 작업환경을 개선(인듐 입자의 비산을 줄이기 위한 공학적 조치)해 왔는데 어떤 부분을 더 개선하면 좋을지 조언해 달라고 했다.

인듐 노출에 의한 직업병은 2001년 일본에서 발생한 기흉을 첫 보고로 일본·미국·중국·대만 등에서 간질성 폐질환·폐포단백증 등으로 10건 이상 보고됐다. 2019년에는 일본에서 폐암 의심 사례도 보고됐다.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직업 노출기준인 ACGIH(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회) TLV(권고노출기준)의 인듐 기준은 0.0001㎎/㎥(국내 노출기준은 0.01㎎/㎥)으로 일반인이 흔히 알만한 발암물질인 카드뮴 기준(0.002㎎/㎥)보다도 20배나 낮아 인듐이 발생하는 공정에서는 반드시 작업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인듐에 매일 노출되고 있는 작업자와 관리자가 인듐의 위험성을 모른다는 것이다. 필자가 조사를 하던 2020년에는 인듐이 관리대상물질(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449조에 따라 해당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6가지 정보를 작업자에게 제공해야 함)로 지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올해 인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인듐 노출에 의한 직업병 유소견자가 발생했고, 대전에 있는 공장에서도 인듐 노출 피해자가 확인됐다. 그런데도 인듐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별로 바뀐 게 없음을 알 수 있다.

인듐의 위험성을 작업자들이 알고 있었더라면 과연 마스크를 적당히 착용하고 작업했을까? 또 사업주가 예산을 핑계로 환경개선을 하지 않거나, 병에 걸려도 좋으니 고의로 인듐의 위험성을 작업자에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필자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잘 몰라 직업병이 발생한 사례도 여러 번 접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인듐 입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공정에서는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환경측정을 해야 하고, 필요시 작업환경 개선을 해야 한다. 또한 인듐에 노출될 수 있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산업과 공정에 대한 조사연구도 필요하다.

끝으로 필자는 각종 유해화학물질의 최신 독성정보와 동향을 파악해 사업장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활동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CGIH에서는 내년에 벤젠의 노출허용 기준을 0.02피피엠(ppm)으로 강화한다고 예고했다. 1946년 최초로 정한 기준 100피피엠에서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5천배 강화된 것이다. 이처럼 화학물질의 독성정보와 규제는 발전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만큼 발전하고 있을까? 독성정보와 규제만 발전하고, 노동자와 사업주는 잘 알지도 못하고, 그 외 관계자는 동상이몽이진 않을까? 노동자의 건강을 다루는 사람들이 발전하지 않으면, 단지 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이 후퇴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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