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액정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희귀금속 ‘인듐’에 중독되는 직업병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인듐을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유해물질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정책포럼 회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인듐 직업병 예방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한다.<편집자>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인듐(Indium)은 희귀금속으로 무르고 잘 녹는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납이 첨가되지 않는 땜납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며, 반도체 산업에서 발광 디스플레이(LED)에 쓰이는 투명 전극이나 액정 화면(LCD)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문제는 이 물질의 독성이다. 국제암연구소는 인듐을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몇 국가에서 폐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10년 전 연구를 통해 ‘폐섬유화’ 같은 폐질환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직업병 예방을 위한 선제적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노동자들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 측정 대상물질에는 지난해에야 포함되었다. 이미 예견된 문제를 정부는 방관한 셈이다.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만약 10년 전부터 작업환경측정을 열심히 해 왔다면 최근에 문제가 된 인듐중독 사례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모순된 질문이지만 ‘열심히 측정해 왔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졌겠느냐’는 의문은 필자만 가진 게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현재 우리 산업보건 제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업환경측정 제도는 40여 년간 사업장 내 직업병 예방을 위해 이어 온 대표적인 산업보건 제도이지만 ‘획일성’ ‘신뢰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위험성이 있어도 법적인 측정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의 연구(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위탁과제, 2021)에 따르면 현행 측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90% 이상이 ‘유해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측정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왜냐면 현행 법규에는 191개 유해물질에 대해서만 작업환경측정 의무가 있으며, 그 외의 수많은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아무리 문제가 심각해도 측정 의무가 없다. 최근 1년여 동안 40여명이 폐암 직업병을 인정받은 급식실 조리노동자 문제도 여기에 해당한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조리흄’은 작업환경측정 대상물질이 아닌 관계로 아직도 측정을 하고 있지 않다. 직업병 문제가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원인물질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평가하는 작업환경측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법적인 측정 대상 물질 여부를 떠나서 이를 확인하는 ‘포괄적 의무’가 사업주에 반드시 부여돼야 한다. 인듐이 과거 측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필자가 생각하는 문제의 관점이다.

그렇다면 직업병 원인물질이 작업환경측정 대상물질에 포함됐다면 사전 예방이 가능했을까? 불행히도 많은 사례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세척제에 의한 급성중독 환자 16명이 발생한 두성산업 사례를 보자. 사고의 원인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은 1년에 2회씩 반드시 측정해야 하는 독성물질인데도 집단중독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는 법적인 측정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측정을 했느냐’의 문제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작업환경 측정을 하는 전문기관 73%가 ‘사업주 눈치를 봐야 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현재의 법적인 측정에 대해 56%가 신뢰하지 않는다. 지난해 6명의 폐암 환자가 직업병으로 인정된 ○○제철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7년간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 노출기준 초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이유가 필자가 가진 두 번째 의문에 대한 설명이다.

제대로 된 작업환경측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법적인 측정제도가 전면 개선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 측정 대상 유무를 떠나, 위험성에 근거한 측정 의무가 부여돼야 한다. 또한 측정 과정은 작업자들이 느끼는 실제 문제점들이 있는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작업자 참여권’이 보장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바라보는 인듐 문제를 포함한 직업병 예방의 근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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