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액정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희귀금속 ‘인듐’에 중독되는 직업병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인듐을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유해물질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정책포럼 회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인듐 직업병 예방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한다.<편집자>

▲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미 일본에서 2003년부터 인듐과 관련한 폐질환 발병 사례가 있었지만, 내가 인듐의 폐질환 유발 가능성을 처음 들은 것은 10년 전이다. 2012년 당시 인듐주석산화물(ITO) 타깃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한국에서 소비하고 있었다.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에서는 한국에서 9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인듐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인듐을 사용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질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제 겨우 수십 건의 직업성 질환이 발생했을 뿐인 최첨단 물질을 선제적으로 감시해, 실제로 별 증상이 없던 노동자들의 폐 CT검사에서 섬유화를 확인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직업성 질환 연구의 최전선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건 이야기의 한 쪽 면에 불과했다. 2012년 연구로 한국에서 인듐 노출 수준이 낮지 않다는 점과 인듐 노출에 의한 폐 손상 위험이 확인됐지만, 이 직업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특수건강진단이나 작업환경측정이 시행된 것은 10년이 지난 2021년의 일이다. 인듐 취급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특수건강진단 결과와 그 실태를 논하기에 앞서, 문제 인식 후 제도에 반영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자체가 문제 제기돼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10년 뒤 얻은 제도적 변화가 반도체 산업 전반, 첨단 물질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인듐이라는 물질 하나를 작업환경측정·특수건강진단 대상에 추가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점도 아쉽다. 건강 문제가 발생한 개별 물질에 대해 제도에 한 가지씩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경되는 작업공정과 새로이 개발되는 물질들의 유해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인듐 대상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한 사업장은 172개, 작업환경측정을 시행한 사업장은 129개였다. 이 중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모두 실시한 업체는 64개뿐이었다. 인듐은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모두 해야 하는 물질이다. 다만 임시·단시간 작업은 작업환경측정 예외 대상이 된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 대상자가 있는 사업장 중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는 사업장은 특수건강진단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그러니 작업환경측정은 실시했으나, 특수건강진단은 실시하지 않은 65개 사업장은 왜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특수건강진단 결과 혈청 인듐 농도 정상범위 초과자가 발생했으나 작업환경측정을 하지 않은 사업장도 6개나 됐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는 이유는 아직 증상이 없는 노동자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아직 질병으로 이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건강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작업환경측정조차 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 사업장에서 작업환경측정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원인에 맞는 개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 외에도 작업환경측정 결과와 특수건강진단 결과가 잘 연계되지 않는 사업장도 많았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공기 중 인듐 농도는 낮은데 혈청 인듐 농도가 높은 노동자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들이 있다. 물론 1년 중 단 하루 측정하는 값이고, 인듐이 체내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 이런 차이가 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업환경측정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 특수건강진단 대상자가 누락됐을 가능성, 현재의 노출기준이 노동자의 건강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가능성이 모두 있다. 시급히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인듐’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누락 등 문제가 되는 사업장을 확인하고 관리할 필요도 있지만, 이번 기회가 직업병 예방체계 전반에 대한 평가와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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