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법치를 가장한 반노동 친기업적 노동정책.”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정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평가다. 현 정부 노사관계에서 ‘법과 원칙’은 지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서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18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명래홀에서 ‘윤석열 정부 100일 권력·사법 및 노동·민생경제 정책 진단과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사 자치가 무대응과 방치 의미 아냐”

이날 노동정책 평가 발제를 맡은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과거 보수정권이 법과 원칙을 내세웠을 때 노사관계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면 현 정부의 법과 원칙이 향후 어떻게 현실화할지 쉽게 예상된다”며 “이미 화물연대 파업과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에 대한 현 정부 대응을 통해 기우가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노사관계 대응 기조는 ‘노사 자율’과 ‘법과 원칙’으로 요약된다. 이 변호사는 “노사 자치가 정부의 무관여나 무대응, 나아가 방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화물연대 파업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었는데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 노사 자율 주문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고 경영 주요사항에 관해 산은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노사 자율에만 얽매여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편향적 태도를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법과 원칙, 불법에 대한 엄정대응을 반복적으로 언급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뭐가 법이고 원칙인지 알기 어렵다”며 “정부 주장과 달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은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학계와 법조계는 이번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반면 “사용자의 폭력적인 파업 파괴 행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가진 원청사의 교섭거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현 정부가 말하는 법과 원칙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공허한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치주의와는 관계없는 자의적인 통치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권리를 기업에 대한 규제로 인식”

노사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해 계속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노사분쟁은 반복되고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을 통해 원·하청 간 단체교섭 등 노동 3권의 실질화, 조선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손해배상·가압류가 노동 3권 행사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제기됐으나 현 정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도 계획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노사분쟁의 장기화로 귀결될 것”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등 여러 사업장에서 노사관계가 악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해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핵심적이고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정책도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는)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노동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권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애초 구상했던 친기업 반노동 정책은 광범위하게 추진될 공산이 크다”며 “노동·시민사회의 폭넓은 연대와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최저임금·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에 대한 규제로 인식한다”며 “노동정책을 경제정책의 하위 영역으로 인식하고 경제부처가 노동정책을 주도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계의 요구를 가감 없이 수용하고 노동자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을 꼼꼼히 찾아내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노동자 권리가 후퇴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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