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끝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손해배상·가압류’가 다시 화두다.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청구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와 노조를 옭아매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해 본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손배·가압류가 노동자들의 숨통을 어떻게 조이는지.<편집자>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솔직히 코웃음이 나왔다. 8천억원이라니! 파업 기간 내내 원청 대우조선해양측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쓴 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원청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5천억원이다. 50일 정도 이어진 ‘한 줌’ 하청 노조의 파업으로 한 해 매출의 5분의 1에 가까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믿기는가. 회계나 손해배상 법리 지식의 유무를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파업 시기와 가장 가까운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액은 1조2천억원이다. 8천억원이면 딱 두 달치 매출액이다. 그동안 영업과 관계된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가. 최소한 재료비는 아꼈을 것 아닌가. 1도크 이외의 다른 도크들, 조립 1~3공장, 전처리 및 도장공장, 해양플랜트 관련 공장 등 수많은 다른 설비들은 전혀 가동되지 않았는가. 원청 직원들은 출근해서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한들 그것이 파업 때문인가. 인도가 늦어져 물어 낸 지체상금이 1원이라도 있는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파업 전인 올해 1분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약 5천억원이다. 원재료비 인상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러시아 수주 관련 비용들은 아직 반영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렇다. 아하! 어차피 대규모로 발생한 손실, 하청 노조에 뒤집어씌우려는 심산이었구나. 애초에 손실을 줄이려는 생각은 없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비겁자(卑怯者)들….

대우조선 하청 파업은 가장 약하지만 용감했던 노동자들과 강하지만 비겁한 사용자들의 싸움이었다. 하청업체들은 본인들도 어렵다며 앓는 소리만 했다. 원청은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구경만 하다 어느 순간 수천억원 손해 운운하며 가처분과 간접강제를 신청했고, 손배소 문제로 압박했다. 원청의 최대주주로서 관리위원회를 움직여 사장을 선임하고 경영보고를 주기적으로 받아 왔던 산업은행은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파산 가능성을 흘리기만 했다. 그 산업은행을 조종하는 유일한 주주, 정부와 그 수반인 대통령은 ‘노사 자치’ 타령을 하다가 갑자기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공권력 투입 카드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손배 문제는 여전히 남은 쟁점이다.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법원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다. 문제는 손해가 확대된 근본적인 책임이 청구 당사자에게 있는 경우, 다른 당사자에게 이를 분담시키는 것이 과연 공평하고 공정한지다.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손해배상 사례인 교통사고를 보자.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피해가 크지 않은 추돌사고가 났다. 뒤차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갓길로 이동해서 이야기하자고 여러 차례 진정성 있게 제안했다. 그러나 앞차는 경찰이 와서 해결해 줄 때까지 현장 보존 어쩌고 하며 그대로 있었다. 결국 대형 사고가 나서 차량이 전소되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누가 책임져야 마땅한가.

하청 노조는 20여개 하청업체와 1년 넘게 교섭을 했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한 하청업체들과 어떠한 합의에도 이를 수 없었다. 파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서 근로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행사한 원청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로 봤다. 진짜 사용자는 누군지 명확하다. 요구사항도 모든 면에서 정당했다. 하지만 원청은 그 어떤 대화와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리자들을 동원해 정당한 파업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위협하고 폭행했다. 노조는 이를 피해 파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원청 도크 내 건조 중인 선박에 자리 잡았다.

만약 원청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교섭장에 나타났다면 파업이 이렇게까지 길어졌을까.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누가 키웠는가. 공권력 투입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확대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절대 교섭장에 나올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자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진정으로 책임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를 하청 노동자들에게 일부라도 분담시키는 것은 공평한가. 무엇이 공정이고 무엇이 상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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