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트진로의 노조파괴 의혹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에게 물류사가 일부 조합원을 제외하고 복귀 통보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해 노조 와해를 노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약해지 압박·손배청구 배경은?

공공운수노조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하이트진로에게 교섭의무를 부과하고 노조파괴 행위가 중단되도록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화물연대본부 대전지역본부 하이트진로지부는 지난 6월부터 15년간 인상되지 않은 운송료 실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해 왔다. 경찰은 이천·청주·홍천 하이트진로공장에서 집회를 하던 조합원 75명을 연행하고, 지부장을 구속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은 파업 때마다 조합원 해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닭고기 가공업체 참프레의 하청 화물노동자들은 파업 27일 만에 사측과 합의를 이뤘지만 화물연대본부 탈퇴를 거부한 9명의 조합원은 계약해지됐다. 하이트진로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주인 하이트진로의 물류사인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을 100% 소유한 계열사다. 수양물류는 지부가 파업을 시작한 직후인 6월8일 132명의 조합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달 4일에는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형사 고소된 36명 중 12명은 계약해지할 것”이라며 “8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특정 조합원을 고립시키고 파업 해제를 압박하는 전형적인 노조와해 작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청인 하이트진로도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6월 조합원 11명에게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5억8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하이트진로는 7월 손해배상 청구액을 28억여원으로 늘렸다. 이런 과정에서 하이트진로 전무이자 수양물류의 사내이사인 홍아무개씨가 개입됐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홍아무개씨는 대법원에서 설립 무효 판결을 받은 유성기업 사측 노조에게 자문을 한 것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자문료를 지급한 것은 유성기업이었다. 2012년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파업할 때도 복수노조 설립 과정에서 홍씨가 노조의 규약을 작성해 준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유성기업 사건에서 금속노조를 대리한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하이트진로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계약해지와 손해배상 청구는 과거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행위와 매우 비슷하다”며 “손해배상 그 자체의 목적을 가질 뿐 아니라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유성기업은 더 이상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는 손배가압류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노조를 파괴해 왔다”며 “만약 이 같은 일이 하이트진로에서도 벌어진다면 이는 분명히 노조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섭 요구에는 묵묵부답 하이트진로

지부와 수양물류는 그간 여덟 차례 교섭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지부는 같은 공장의 다른 노동자가 받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운송료 30%를 인상하고, 편도로만 지급되던 공병 운송비를 동종업계 관행에 맞게 왕복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하이트진로가 조합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도 주요 교섭 쟁점이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하이트진로는 정작 교섭에는 발을 뺀 상태다. 자영업자이자 특수고용직으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의 지위를 악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트진로 사측은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는 당사 근로자가 아니며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입차주들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화물연대본부도 연합단체(이익단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부는 “교섭 과정에서 화물노동자의 운송료와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권한은 원청 하이트진로에 있다”며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하이트진로)·전주고용노동지청(수양물류)·성남고용노동지청(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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