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마필관리사들이 조교사와 개별 고용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제주조교사협회 해산 이후 고용불안이 심화하면서 ‘쉬운 해고’ 조항마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는 모양새다.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운수노조 제주경마공원지부(지부장 김석수)는 조만간 최초 조교사의 요구를 다소 개선한 고용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당초 제주조교사협회 해산으로 마필관리사 고용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파기되고 집단적 고용관계가 흔들린다며 고용계약 서명을 거부하려 했지만, 이미 제주조교사협회가 해산하면서 마필관리사에게 해고를 통지한 터라 고용불안 문제가 심각했다. 제주조교사협회 해산에 따른 해고의 불법성을 다퉈 볼 수 있지만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감안하면 수년이 필요해 우려가 컸다.
“대법원 부당해고 판결까지 기약 없어”
김석수 지부장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밀린 임금을 받더라도 수년간 쟁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여러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결과 고용계약서에 서명하고, 투쟁 동력을 이어 갈 필요가 있다고 중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고용계약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불평등한 계약에 가깝다. 우선 출발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양대 노총·한국마사회가 주체가 돼 합의한 말(마필) 관리사 고용구조 개선방안에 따른 집단고용을 뭉개는 개별계약이다. 그간 마필관리사들이 단체협약 등으로 체결한 노동조건 개선 조항들을 무력화한다.
게다가 ‘쉬운 해고’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서는 ‘갑’(고용 조교사)과 ‘을’(피고용 마필관리사) 중 한쪽이 계약해지 의사를 표시할 때에는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언뜻 양쪽 모두에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교사 고용 없이는 일할 수 없는 마필관리사와, 일할 마필관리사를 구하기 어렵지 않은 조교사의 사정상 사용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계약이 종료될 공산이 크다. 지부는 제주조교사협회 해산 직전 조교사들에게 이런 내용의 고용계약서 초안을 전달 받고 해당 자구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끝내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부 임금체불 소송에 ‘앗 뜨거’ 협회 해산
제주조교사협회가 해산하면서 노동자들은 떼인 임금을 받기 위해 제기했던 임금체불 소송도 변경해야 할 처지다. 소송에서 피고가 제주조교사협회인데 이들이 해산했기 때문에 사실상 지급주체인 개별 조교사로 피고를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제주조교사협회는 지부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액 등 20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5월26일 사원총회를 열고 돌연 해산을 결의했다. 이후 마필관리사에게 해고통지까지 한 제주조교사협회는 이달 14일 실제 해산했다.
조교사협회는 사회적 합의 결과물이다. 마사회가 조교사를 고용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이중구조 아래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잇따르자 이를 방지하고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집단고용 방식의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농림부와 마사회가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방조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해산한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계약서 서명을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