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불법 점거행위와 같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비조합원들의 피해를 당연시 여기는 노동운동은 주장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에 점거농성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파업 43일 만에 나온 정부의 공식 입장인데 ‘불법파업’ ‘노사 공멸’처럼 사측 표현을 되풀이해 노동계에서는 비판이 인다. 이 장관은 노사의 자율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는 지난달 2일부터 2016년 조선업 수주 절벽으로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하청노동자 파업은 불법적 노동 3권 행사?”

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이정식 장관은 “선박 점거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자칫 노사 모두를 공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며 “노동 3권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하고 노사갈등은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청노동자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택한 1도크장 점거농성이 불법적인 노동 3권 행사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회 조합원 7명은 지난 22일부터는 1도크 원유운반선에서 농성 중이다. 건조를 마친 배를 진수하려면 1도크장의 수문을 열어야 하는데, 하청노동자 농성으로 진수가 지연되고 있다.

불법파업이라고 지칭한 이유에 대해 이 장관은 “형법상 건조물 침입과 퇴거불응, 재물손괴죄로 지금 경찰에서 (김형수 지회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법상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 달라”며 “정부도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조선소의 핵심 시설인 도크가 마비되면 선후 공정 모두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며, 그 피해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그 구성원들에게 미치게 된다”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조합원이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사 대화 물꼬 트일까”

정부의 주장은 지회가 점거농성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사 대화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이김춘택 지회 사무장은 “파업 43일 만에 나온 담화문이 원론적이라 아쉽지만 대화를 통해 빨리 해결하라는 요청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대화나 협상창구가 열리면 (문제를) 적극적으로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장은 “문제를 풀려면 지회가 제안하는 요구안을 다 올려 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노사 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대화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원·하청 노사와 을지로위 5자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추진 중이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간담회는 교섭이 아니기 때문에 (원청의) 참여를 요청했고 (원청도) 교섭이 아닌 경우 비공식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그런데 대우조선지회가 금속노조 조직분리와 관련해 총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조금 애로가 있다”고 전했다.

지회 조합원 3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단식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43일 만의 정부 입장이 노사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노조는 주목하고 있다”며 “노조와 지회 요구에 산업은행과 정부는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점거농성을 끝내면 대화를 지원하겠다는 한덕수 총리 말과 관련해 윤 위원장은 “하청노동자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점거농성을 한 것”이라며 “농성을 풀면 오히려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와 노조가 대화 주체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