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B하나은행지부

세간의 이목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회장 선출 여부에 쏠린 사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피해자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합격자였다가 출신학교 차별 때문에 불합격자로 뒤바뀐 피해자 2명은 지난해부터 하나은행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5일 소송을 대리하는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지난해부터 서울남부지법에서 소송을 다투고 있는데 형사사건으로 인해 다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이 함 부회장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나머지 실무자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 피해자 구제소송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이들의 소송비용 일부를 지원한 오창화 사무금융노조 금융감독원지부장은 “형사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이제야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 피해자는 7명이다. 함 부회장은 출신학교 차별 등을 포함한 청탁자 명단을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남자를 더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뒤늦게 피해사실을 인지했다. 하나은행의 채용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자신이 피해자인지 몰랐다. 정 변호사는 “현재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도 뒤늦게 출신학교 때문에 탈락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과 달리 부정채용된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호걸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부정채용자는 뉘우침 없이 회사를 다니면서 승진도 하고 있다”며 “함 부회장 선고 국면에서도 함 부회장의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출 여부에만 초점을 둬 피해자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는 일단 벗었지만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처분 취소를 다툰 행정소송에서는 패소했다. 하나은행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25일로 예정된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전망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이미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함 부회장의 회장 선출과 사외이사 3명 선임은 부적절한 지배구조가 자초한 ‘중대한 실패’라며 해외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눈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으로 쏠린다. 수탁자책임(스튜어드십 코드)을 진 국민연금공단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됐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의 책임도 진 함 부회장의 회장 선출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어려운 지형이다. KEB하나은행지부는 16일 오전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회장 선임 안건 반대표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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