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소액결제시스템을 운용하는 금융결제원의 기관장 공석이 가시화하고 있다. 노동계는 줄곧 적시 기관장 선임을 요구했지만 원장 임기 만료가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원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23일 금융노조 금융결제원지부는 “한국노총과 노조, 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차기 원장을 4월 정시에 선임할 것을 촉구했으나 원장후보추천위 구성 권한을 가진 한국은행 같은 관련 기관은 통상 1월에 구성하던 원장후보추천위를 아직 구성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4월7일 현 원장 임기 만료에 맞춘 차기 원장 선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다.

지부는 한은이 의도를 갖고 차기 원장 선임을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금융결제원 내외부에서는 한은 출신 특정 인사를 원장에 선임하기 위해 지연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며 “금융결제원 직원들의 열망은 한은의 부당하고 독단적 낙하산 인사 선임을 저지하고 현직 내부출신 인사를 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결제원은 1986년 전국어음교환관리소와 은행지로관리소를 통합해 설립한 기관으로, 이후 내부출신 인사가 원장으로 취임한 기록이 없다. 설립 이후 원장 14명 가운데 13명이 한은 출신이다. 현임 김학수 원장만 유일하게 한은 출신이 아니지만,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이다. 2019년 선임 당시 한은의 낙하산 논란이 워낙 거세 한은 임원들이 금융결제원장에 지원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한은과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전자지급거래에 대한 지급결제 권한을 금융결제원에 두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금융위가 하기로 하면서다. 당시 한은은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권한을 금융당국이 통제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해 영토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금융결제원 차기 원장 자리에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

금융결제원에 대한 한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우선 원장을 임명하는 금융결제원 사원총회를 사실상 한은이 주도한다. 한은을 비롯한 시중은행 등 10곳이 모인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사원총회 의장을 한은 총재가 맡고 있다. 원장후보추천위 구성권도 한은이 갖고 있다.

지부는 “금융결제원 역사상 최초로 기록될 원장 선임 지연 사태의 문제는 직원들 의사에 배치하고 지연 사유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한은 출신 낙하산을 저지하고 내부출신 인사를 선임하라는 금융결제원 직원과 지부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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