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8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핵심기술과 관련 있으면 인체에 유해한 안전보건정보까지 공개를 금지하기 때문에 ‘삼성보호법’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기업의 정보감추기를 더욱 강화할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전략산업법안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12개 노동·안전보건·시민단체로 구성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과 전략산업법 제정 중단을 요구하며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매일노동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이라고 합니다.
저와 정의당은 물론 국회의 잘못을 말씀드리고,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약속하는 글을 쓰기에 앞서 부끄럽고 무거운 마음입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동료 국회의원 여러분과 국회가 반성할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이야기입니다. 2019년 8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을 제출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언급하며, 이 법안의 취지가 ‘삼성보호법’ 만들기임을 고백했습니다.
발효된 이 법은 기업이 사업장 관련 정보를 은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국가핵심기술’과 관련이 있다고만 하면 사업장의 구조도, 청소작업 내용, 산재 신청 노동자의 노동시간 등을 비공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 2월, 20대 국회의원들이 반성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주도해 만든 법이지만,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 의원들도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걸러 내지 못한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시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박용진·박정·박홍근·신창현·우원식·이학영·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대·심상정·여영국·윤소하·이정미·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 15명입니다.
그리고 21대 국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의당의 당론으로 본 의원이 독소조항을 완전히 삭제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만, 6명 정의당 의원 외에 공동발의 의원을 찾는 데만 반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정의당의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이용빈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이상 10명이 공동발의자입니다. 법안은 교섭단체 두 당의 간택을 받지 못한 채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반성을 또 하게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가핵심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안’입니다. “비합리적인 규제를 개선하고, 기술개발 환경을 구축하며, 국가핵심 산업기술이 국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알권리 침해’의 심각한 독소조항을 가렸습니다.
이 법이 발효되면 ‘국가핵심전략기술’은 자동적으로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이 됩니다. 기업은 모두 합법적으로 은폐할 수 있고, 비공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공된 정보의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처벌 수위는 산업기술보호법보다도 강합니다.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더해 전략산업법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반성합니다. 지난해 12월8일 국회 산자중기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으로서 위원회 의결을 막지 못한 책임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료 국회의원 여러분, 이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우리 국회는 더 큰 책임을 져야만 할 겁니다. 수많은 산재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만든 공범이 될 것입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일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국회가 책임지고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합니다. 법안이 아직 본회의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세 가지 늦은 숙제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전략산업법 추진을 중단해야 합니다. 둘, 국회 산자중기위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셋, 정치권은 노동권 침해의 여지가 없는 기술 보호 입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두 번의 반성은 없도록 저도 사활을 걸겠습니다. 매일노동뉴스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매서운 비판과 감시가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