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78조원을 들여 송·변전, 배전 설비 같은 전력망을 보강하고, 배전감독원을 설립해 전력망 운영을 관리·감독한다.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별 분산전원 전환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오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전력계통 혁신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박기영 산자부 2차관은 “우리 전력계통은 향후 확대될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에는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송·변전 설비 건설이 빈번히 지연하고 있어 이를 해소할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력계통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소비자에게 닿는 경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송전선을 통해 변전소로 이동하고, 여기서 다시 배전선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된다. 발전은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 5곳이, 송·변전과 배전은 한전이 수행한다.
현재 전력계통, 기후위기 대응에 문제
널뛰는 재생에너지 품질·지역 불균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활용 필요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몇 가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의 품질이 고르지 않다. 바람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다를 뿐 아니라 품질마저 고르지 않다. 이는 잦은 주파수 오류로 전기제품 고장을 유발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화재 같은 재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송·변전 설비 확충이 필수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 불균형이다. 9월 기준 국내 발전량을 권역별로 비교해 보면 수도권은 13만4천771기가와트시(GWh)를 생산한다. 전체 발전량의 24.5%다. 반면 소비량은 19만4천118GWh다. 소비량의 38.5%다. 수도권이 강원·충청·호남·영남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재생에너지에서 더욱 크게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태양광·풍력 설비는 호남권이 40.6%로 가장 많고, 영남권이 21.8%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투자로 농지파괴 같은 사회문제가 대두했다. 이 밖에도 인근 국가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아 소비하고 남은 전기를 팔거나, 부족할 때 사오는 방식의 전력거래가 불가능하다.
산자부 78조원 들여 송·변전 투자
전력운용 감독할 배전감독원도 설립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산자부는 78조원을 들여 송·변전 및 배전 설비 투자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갈등을 줄이기 위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송·변전 설비 입지선정위원회 같은 기구를 제도화하는 전원개발촉진법 개정도 추진한다. 기존의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를 추가하고, 원활한 전력운용을 관리·감독할 배전감독원도 새롭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의 권역별 필요 전력계획 수립과 전력 수요를 창출할 유치 지원도 한다. 발전량에 밑도는 소비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체 유치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이번 전력계통 혁신방안은 기후위기에 따른 노동전환에도 중요하다. 지난 27일 산자부는 호남화력발전소 퇴역식에서 송·변전 및 배전쪽으로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전력계통 혁신방안에서 78조원을 들여 관련 설비투자를 늘린다는 대목은 이런 계획과 관련이 깊다.
송·변전 및 배전으로 발전노동자 전환?
발전 정규직·비정규직 “불가능한 얘기”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방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발전사와 한전이 엄연히 다른 법인이라 애초 재배치나 전환 개념이 아닌 이직”이라며 “하는 업무도 발전과 송·변전이 판이해 전환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노조 대표자회의 간사도 “발전소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송·변전 업무는 아예 성격이 다른 것”이라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비정규직의 송·변전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