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의 먹튀를 방지할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조만간 발의한다.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류 의원은 외국인투자자 진입시 노동의 관점을 고려하고 각종 인센티브 조항에 규제 성격의 단서를 다는 내용의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성안했다. 외국계기업을 직접 겨냥한 규제가 국제조약상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이를 회피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2년간 130억원 벌어 110억원 배당한 한국게이츠
국내에 진입한 외국계기업은 투자 당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당한 수준의 특혜를 받으면서도 법인세 같은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을 배당하고 설비투자나 고용에는 소홀해 비판을 받았다. 실례로 한국게이츠는 2018년 당기순이익 47억6천만원보다 많은 110억원을 배당했다. 설비투자는 고작 2천여만에 불과했다.
고용피해는 막대하다. 지난해 6월26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핑계로 한국게이츠는 노동자 147명에게 퇴직을 통보하고 공장 문을 닫았다. 협력업체 51곳의 노동자 6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제조업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소비자금융 청산(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 같은 금융기관도 있다. 미국 본사의 결정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청산을 확정하고 2천30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회사 노동자는 3천500여명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1~2020년 2조9천억원을 배당금과 용역비 명목으로 본사에 지급했다. 이사이 전국의 점포를 대부분 폐쇄했고, 신규채용도 거의 하지 않았다.
권오진 금속노조 정책부장은 “외국계기업은 국내 진출 이후 감가상각비가 바닥을 칠 때까지 투자를 하지 않고 배당과 자산매각 등으로 과실을 다 따먹은 뒤 재투자가 아니라 폐업을 선택한다”며 “이른바 먹튀 행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WTO·FTA ‘내국인 대우’ 조항으로 핀셋규제 난항
그러나 국제무역조약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다. 세계무역협정(WTO)과 자유무역협정(FTA)은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 투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내국인 대우’ 조항을 두고 있다. 외국계기업만 핀셋 규제하는 것은 이런 무역조약 위반에 해당해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외국계기업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국계기업 규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는 노동계조차 재투자를 독려하는 인센티브를 검토했을 정도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외국계기업을 직접 징계하기보다 외국인투자위원회에 노동계 인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담았다. 진입 단계에서 노동의 관점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이와 함께 기존에 지급한 외국계기업 투자지원에 대한 회수조치를 담았다. 회계부정이나 위장폐업 같은 명백한 위법 사실이 드러났을 때 이를 사실상 처벌할 방법이 없는 현행과 달리 이미 집행한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사후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류 의원과 정의당은 이런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