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실적주의가 판을 쳐 키코 사태부터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부른 가운데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이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을 형해화한다는 비판이다. 이사회와 주주의 금융기관 내부감독도 붕괴해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적주의가 몰고 온 한국금융의 몰락’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와 금융노조가 주관하고 민병덕·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전 교수와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연구팀장의 발제로 진행됐다.
“손태승 징계취소 판결, 금융감독체계 오독한 결과”
전 교수는 금융감독체계에서 금융회사가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저해하는 행위, 금융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금융당국이 제재할 때, 그 입증책임은 금융기관이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관련 행위는 일반적으로 금지되며, 자격을 통제해 일부 기관에만 특권적으로 허용하는 게 기본 개념”이라며 “금융실명제만 떠올려 봐도 금융시장에 참여하려는 개인은 스스로를 낱낱이 밝혀야만 참여권한이 주어지는데, 이는 금융행위가 일반적인 사회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징계취소 판결은 이런 관계를 오독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서울행정법원은 금융감독원의 징계가 손태승 회장에 대한 침익적 행위라는 전제에서 출발했으나 실제로는 특권의 동의 철회에 해당하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금감원이 아닌 손 회장에 지웠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금융감독체계를 사법부가 오인하고 있다 보니 금융기관이나 금융권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사법 판단의 대상이 돼 사실상 감독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이 실적주의에 빠져 금융의 사회 공공성을 해치고 대규모 금융사고를 일으켜도 외부의 감독기능이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현실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사회와 주주마저 실적주의에 빠져 제대로 된 견제나 감독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다 보니 무리한 금융상품 판매 압박을 좌시하고, 금융상품 생산비용 절감을 요구해 노동비용을 줄이는 등 폐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KPI에 금융 공공성 무너지고 노동자 멍들어
이렇다 보니 금융회사는 발전하는데 소비자 만족도는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재우 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른 우리나라 금융발전도 지수는 2018년 기준 8위인데 같은 시기 국제경쟁지수(GCI) 금융발전 순위는 74위에 그쳤다”며 “더 높은 예금이자와 여유 있는 자금조달을 바라는 금융소비자의 바람을 금융기관이 충족하지 못한 채 주택담보대출 같은 손 쉬운 영업에만 치중해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도 결국 장기적 비전보다 단기적 실적에 매몰된 한국금융의 단면이라는 비판이다. 이 팀장은 “위험 관리보다 위험을 기피하는 자산 운용으로 단기적으로 실적 확보 전략에 치중한다”며 “이런 금융권의 전략은 금융의 생산적 기능을 약화하고 금융산업과 실물경제를 모두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이런 실적주의가 구조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대상이 노동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공공성과 도덕성을 요구받는 은행업이 수익성만 반영해 점포 폐쇄를 감행해 연령과 지역별 금융격차가 더욱 심화한다”며 “이를 규율하겠다며 만든 금융당국의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는 실효성이 없어 법률 수준의 강제성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선 영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심각한 문제에 노출돼 있다. 핵심성과지표(KPI)를 통한 압박이다. 윤기현 사무금융노조 신한금융투자지부장은 “경영진이 (사모펀드 판매를) 핵심경영전략으로 밀어붙여 단시간에 집중적인 판매가 이뤄졌고, 사고가 난 뒤 고객으로부터 사기꾼으로 전락한 직원이 자살까지 했다”며 “금융당국이 실적주의를 감독하지 않고 노동자의 불완전 판매 여부만 집중적으로 들추다 보니 고객과 노동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