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했다.
22일 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위원장 신현호)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오후 노조가 추천한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윤태효 변호사를 한국수출입은행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수출입은행이 1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이사후보를 추천한 지 꼬박 일주일 만이다.
이번 노조추천이사 선임은 금융권 1호다. 금융노조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노조추천이사 도입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무산했다. 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우리사주조합을 활용한 주주제안권까지 행사하며 노조추천이사 선임에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노조 IBK기업은행지부는 4월 당정과 노사가 합의했던 노조추천이사제가 불발하자 반발하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일정마다 따라다니며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노조추천이사도 좌초 위기였다. 당초 올해 중순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릴 예정이었지만 청와대 비서실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사후보추천위 구성이 공전했다. 지난해 3월에도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려다 고배를 마신 수출입은행지부는 낙하산 인사 중단과 노조추천이사제 관철을 요구하며 당과 정부, 은행쪽을 압박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표현 그대로 노조가 추천한 전문성 있는 인사가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기관 또는 회사의 독립경영을 감시하는 제도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신현호 위원장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정책 강요가 거듭된 가운데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노조추천이사제가 첫 결실을 맺으면서 확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권 노동자들은 대규모 사모펀드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자녀 채용비리에 연루되고도 연임을 거듭하는 금융지주사 회장의 ‘황제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노조추천이사 또는 노동이사 선임을 지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야당과 재계는 경영권 침해라며 노동자의 경영참여에 부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