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현금과 공문서를 수송하는 한국금융안전㈜ 노동자들이 최근 회사의 유상증자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신주발행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2일 한국금융안전과 금융노조에 따르면 한국금융안전 우리사주조합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 한국금융안전의 신주발행중지 가처분 소송을 접수했다. 우리사주조합장은 이동훈 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이 겸직하고 있다.

우리사주 “의결시 이사 1명 이석해 정족수 미달”
회사쪽 “6명 중 4명 출석 개회해 3명 찬성 의결”

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은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난 2일 이사회 의결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적이사 6명 가운데 4명이 참여한 이날 이사회에서 의결 당시 이사 1명이 유상증자 안건 부의에 반발하며 이석해 과반인 이사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2일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이사는 유동성 위기로 인한 자금차입의 건을 상정해 참석한 은행쪽 이사 1명에게 차입에 협조할 것을 종용했다”며 “그러던 중 이사회 소집시 안건에도 없었던 유상증자안을 기습 상정했고, 은행쪽 이사가 강하게 반발하며 이사회 장소를 이석했으나 이사회 의장인 김석 대표는 가결을 주장하며 신주배정통지서를 각 주주에게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김석 대표쪽 입장은 다르다. 김석 대표는 “상법과 한국금융안전 정관상 과반수 출석, 과반수 의결 규정에 따른 합법적인 의결”이라며 “출석과 의결 상황에 대한 회의록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상정안은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금차입이었으나 충분한 설명을 거쳐 유상증자안을 의결했다”며 “자금차입은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다시 빚을 지는 것으로 임시변통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과 주주에게 위기 타개를 위한 증자 참여를 호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1990년 현금수송을 위해 공동출자해 설립한 한국금융안전은 현재 김석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인 청호이지캐쉬㈜가 지분 37.05%를 갖고 있고,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이 약 60%를 보유했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0.7%다.

이번에 의결한 유상증자액은 20억원이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현금·공문서 수송 물량이 줄고 수수료가 최저입찰로 고착화한 상황에서 NH농협이 물류계약까지 중도해지해 가중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금액이다. 적자 누적으로 올해 말 20억원가량의 유동성 위기가 예상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부 “유상증자로 과반 지분 차지해 청산 노려”
은행권 최저입찰 고집해 관련 업계 어려움 가중

노동자들은 김석 대표가 사실상 위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NH농협의 물류계약도 한국금융안전 업무의 1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낮은 수수료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중도해지했고, KB국민은행과의 물류계약 입찰에서도 관행보다 높은 액수를 제시해 사실상 계약을 걷어찼다는 주장이다.

지부는 이번 유상증자도 은행의 반대가 뻔한 상황에서 강행해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회사를 청산하려는 계획의 하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은행권의 최저입찰 관행은 이런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권은 한국금융안전을 공동출자해 설립하고도 물류계약을 최저입찰로 진행해 다른 현금수송업체와의 출혈경쟁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또 다른 현금수송업체인 ㈜브링스코리아 노동자도 최저임금 처우에 시달리며 생존권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노조와 한국금융안전의 지속한 수수료 인상 요구에도 은행쪽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금융안전 수수료를 인상하면 경영상 배임”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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