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기획재정부에 노조추천 이사후보를 포함한 복수의 비상임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사실상 금융·공공기관이 추진해 온 노조추천이사제의 올해 마지막 시도다.
13일 수출입은행 노사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10일 오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복수의 이사후보를 결정해 기재부에 제청했다. 수출입은행은 몇 명을 추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후보명단에는 금융노조 수출입은행지부(위원장 신현호)가 추천한 인사도 포함돼 있다. 금융계 이력을 지닌 학계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출입은행지부는 올해 중순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후보를 추천하려다 ‘낙하산’ 의혹을 접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 비서실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지부는 이사후보추천위 구성을 미루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배제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진통 끝에 이사후보추천위를 8월께 꾸리고 후보 선정 과정에 돌입했다. 신현호 위원장은 “격론 끝에 낙하산으로 지목됐던 인사는 이번 추천에서 누락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선은 이달 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청와대 차원의 후보자 검증 절차만 완료하면 추석 전에도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노조의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보다 다소 완화한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다. 노동계는 줄곧 공공기관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집행을 견제하고, 공공기관 경영진과 자율경영을 협치하기 위해 노동이사제 입법을 요구하고 과도기적 단계로 노조추천이사제를 시도해 왔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3월에도 노조추천이사제 시도가 불발한 사업장이다. 수출입은행지부는 지난해 3월 이사후보를 추천했고, 수출입은행도 사용자 후보 3명과 노조 추천 1명을 기재부에 제청했다. 기재부는 이 가운데 사용자 후보 2명을 선임했다. 수출입은행 외에도 노조 IBK기업은행지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 등이 지속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했다.
신현호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 강요와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와 노조추천이사제는 공공기관에 꼭 필요했던 제도”라며 “앞서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수출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한 만큼 이번에는 성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