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탄소중립 로드맵이 잇따라 공개됐다. 현대차는 지난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자동차 전시회(IAA) 모빌리티 2021’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7일 앞으로는 버스·트럭과 같은 모든 상용차 신모델을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까지 수소에너지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것인데 노동계·시민단체는 환영하기보다 우려를 표했다. 탄소중립 시점이 늦다는 비판과 함께 탄소중립으로 가기까지 명확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2040년까지 전동화 비율 80%로 확대”

현대차가 발표한 ‘2045년 탄소중립’ 방안은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완성차 중 2019년 전동화(수소·전기차) 비율을 2030년과 2040년 각각 30%, 80%로 확대한다는 것이 뼈대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로만 구성하지만, 그 외 시장은 2040년까지 순차적으로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후대응변화 패키지 ‘Fit for 55’에 따른 것이다. EU 집행위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차량운행·공급망(협력사)·사업장(공장)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75% 줄이고,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화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CCUS는 배출한 온실가스를 포집해 저장·활용한다는 개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수소 전환)’에서 대형 트럭·버스 등 모든 상용차 신모델은 수소전기차나 전기차로 출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이전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해야”

이성희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정부 시나리오가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를) 33%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2030년까지 30% 전동화를 내세워 공격적인 탈탄소 정책이라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는 “(탄소중립 시기를) 2035년과 2040년을 두고 고민해 왔을 텐데 그동안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니, 실리주의를 택한 것 같다”고 평했다. 정부는 2019년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당시 2.6% 수준인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33%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에서는 더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보수적 분석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2035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00%가 전기차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며 “2035년은 마지노선 개념으로 2030년 이전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실패해도 ‘정부 탓’ 할 듯”

탄소중립 시기가 적절한지 여부와 무관하게 ‘어떻게’가 보이지 않아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위원은 “CCUS기술은 대부분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 것들”이라며 “CCUS를 도입하고 그린 수소를 만드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겠지만 그때 가서 기술개발이 안 됐다고 주장하면 현대차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도 “현대차가 내놓은 발표문을 보면 수소 생산과 공급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부분은 없고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만 다루고 있다”며 “수소가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려면 그린수소(재생에너지 수소)가 공급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10년 안에 의미 있는 양의 재생 그린수소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뿐 아니라 협력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75% 줄이겠다고 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으로 직격타를 맞을 부품사들에 대한 고민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나병호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탄소중립위원회가 꾸려진 뒤 탄소중립을 향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당연시되는 자동차 부품사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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