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생활관 옆 아고리움 1층 로비에 마련된 숨진 청소노동자 추모 공간.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고에 사과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유족과 청소노동자를 만났다. 사건의 원인을 조직문화라고 말했다. 민주일반노조는 초대받지 못했다.

오세정 총장은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만남은 지난 2일 오 총장이 입장문에서 “유족·피해 노동자를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힌 약속에 따른 것이다. 다만 “개선방안 마련 과정에서 노조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협의할 것”이라던 말과 다르게 노조는 참석하지 못했다. 노조는 유가족을 통해 참석을 요청했지만 총장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세정 총장은 간담회에서 “조직문화가 문제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내 갑질을 당하면 노조를 통하거나 인권센터를 통해 이야기하면 되는데 멀리 있다고 느껴졌다고 한다”며 “제도는 마련돼 있으니 어려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장소가 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근로환경과 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차별적 고용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총장이 뽑고 관리하는 ‘법인직원’과 서울대 박물관·미술관·기록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기관장이 자체적으로 뽑고 관리하는 ‘자체 직원’이 존재한다. 기관마다 인사관리를 하니 노동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그 책임이 서울대가 아닌 기관으로 이전된다.

노조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간담회가 열리는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8천300여명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에는 노·사·전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기관장이 발령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총장 발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13일까지 서울대가 공문 형식으로 요구안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6월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이아무개씨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유족과 노조는 이씨를 포함한 청소노동자에게 관리자가 직장내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관리자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시험을 치게 하고 성적을 근무평정에 반영하겠다고 하거나, 복장 점검과 품평을 하고, 업무 어려움을 토로하는 노동자들에게 외주로 일부 업무를 돌리겠다고 했다. 군대식 청소 검열 등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직장내 괴롭힘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서울대에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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