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경기에 앞서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심판진이 선수들에게 배당률이 낮은 순서대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륜선수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경륜경기 관여를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경륜선수노조(위원장 김유승)는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의 경륜경기 승부 관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항의서한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전달했다.
경기 당일 오전 교육서 승부개입 행위 했나
노조는 경륜경기 시행 당일 오전 경기 부심판장이 주관해 실시하는 교육에서 승부개입 행위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김유승 위원장은 “경기 당일 오전 교육에서 교육을 주관하는 심판이 ‘점수대로 타라’ ‘경기 흩뜨리지 마라’ ‘상위 선수 건드리지 마라’는 식의 발언을 한다”고 말했다.
경륜선수는 최근 3경기 성적에 따라 등급과 점수를 받는다. 이 등급과 점수에 따라 선수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경륜경기를 지켜보는 관객은 이를 기준으로 돈을 베팅한다. 베팅이 많을수록 배당률이 낮아진다. 높은 순위를 예상했던 선수가 낮은 순위를 기록하거나, 낮은 순위가 유력한 선수가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 배당률이 뛰어오른다. 노조는 순위표의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단이 개입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승 위원장은 “말 안 들으면 제재를 주겠다거나 지시대로 따르지 않으면 쓰레기라는 갑질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며 “(경륜경기) 주선이라는 권한을 가진 공단과 제재 권한을 가진 심판들이 강요하면 선수는 생계가 걸려 있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앞선 경륜인권실태보고서에서도 확인됐었다. 한국경륜선수협회와 시대정신연구소가 2019년 12월 발표한 경륜선수 인권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선수는 경주를 지배하는 판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한 익명의 선수는 “훈련 열심히 하고 잘 타고 싶은 욕망이 많은데 머리급(상위권) 선수 날렸다고 아마추어에서 했던 버릇 못 고쳤다는 말을 듣는다”며 “머리급 1등 시키려 훈련하고 들어오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증언했다.
“관중 몰리면 배당률 기록판 보여주고 압박했다”
선수에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 배당률 기록판을 경기 시작 전에 보여주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 시작 전 대기하는 선수들에게 해당 경기의 배당률을 공개해 압박을 준다는 얘기다. 매 경주마다 배당률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관객이 많이 몰릴 때면 배당률을 공개해 역배당을 방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단은 6일 경륜경기 온라인 베팅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유승 위원장은 “온라인 베팅을 앞두고 경륜에 이런 폐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륜 발전과 온라인 베팅 성공을 위해서는 이런 부정을 방지하고 갑질·부당업무지시 같은 선수에게 억울한 피해를 가중하는 일이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조는 부당한 승부개입 중단과 갑질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자전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승부조작? 말도 안 되는 주장”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공단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경륜경기에 개입하는 것은 승부조작이나 마찬가지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선수를 교육하는 것은 법에 따른 교육이며, 지난해부터 선수 동의 아래 교육을 녹화하고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쪽은 “광명 스피돔에서는 교육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다른 경기장 경기는 이전과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