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가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코로나19 백신휴가 비정규직 차별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 접종자에게 백신휴가를 활성화하도록 권고했지만, 백신휴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간접·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기본권인 건강권조차 차별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희망연대노조와 서비스연맹은 17일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과 대면서비스를 하는 간접·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백신 맞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통신업체 원·하청 백신휴가 책임 ‘떠넘기기’

희망연대노조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코로나19 백신휴가 비정규직 차별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HCN·LG유플러스는 정규직 노동자와 자회사 설치·수리 노동자에게 이틀간의 백신휴가를 고지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협력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은 원·하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백신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만이 지난 16일 협력업체에 “백신유급휴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후 협력업체들은 “백신휴가를 부여한다”고 공지했다.

이승환 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은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에 백신휴가를 문의했으나 ‘하청업체에 얘기하라’는 답을 들었고, 하청업체에 물어 보니 ‘원청의 가이드가 없다’고 답했다”며 “백신접종조차 정규직·비정규직을 차별한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도 백신휴가에서 소외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한 업체는 “백신휴가는 연차소진”을 원칙으로 안내했다.

김민정 노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장은 “지난해 3월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콜센터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됐지만 현재까지도 재단은 백신휴가 적용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연차휴가 사용은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해 방역당국 지침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노동자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측은 “과도한 간섭이 되지 않도록 협력업체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HCN도 “도급관계에서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어 관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LG헬로비전은 “협력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학습지·대리운전 노동자 “감염은 생계와 직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백신을 우선접종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비스연맹은 같은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습지교사·대리운전 노동자·방문점검원·마트 온라인배송기사·퀵서비스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를 우선접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면서비스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감염과 전파 위험이 높을 수 있다. 백신접종을 하면 감염을 우려하는 고객들에게도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최윤수 연맹 조직국장은 “대면서비스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감염 위험성이 상존하고, 고객이 방문을 꺼려해 일거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 백신접종은 수입이나 생존과 직결된다”며 “설사 감염돼 치료를 받고 복귀를 하더라도 다시 일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4개(웅진·장원·구몬·재능) 학습지회사는 하루 혹은 이틀의 백신휴가를 공지했다. 학부모에게 일괄적으로 백신휴가를 안내해 학습지교사가 백신을 맞은 주에 수업을 쉬고, 그 전주에 학습지를 미리 배포하도록 했다. 눈높이 학습지를 만드는 대교만 회사 차원의 공지 없이 교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오수영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일괄적으로 백신휴가를 공지하면 교사별로 수업 진행에 편차가 생기지 않아 고객 불만도 적다”며 “백신을 맞는 학습지교사로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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