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를 악용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방향으로 귀결하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잡으라 했더니 노동자만 잡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LH를 지주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초 정부는 지주사 주거복지공단을 설치하고 LH를 자회사로 둬 토지·주택·도시재생 같은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다른 자회사에 넘기는 혁신안을 제안했다. 현재 9천900여명의 LH 임직원 규모도 30%가량 감축하고 사업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런데 이런 방안은 여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주사와 자회사 체계가 내부정보를 통한 부동산 투기 가능성을 근절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고 옥상옥 구조만 만들어 조직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달 27일과 2일 두 차례 당정협의를 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지역 정치인들은 여당과 다른 의견을 낸다.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은 “도민들이 LH 분리·축소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며 “해체 수준의 쪼개기식 혁신안은 근본적 문제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LH 혁신방안이 LH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남혁신도시 기능을 축소하거나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와 검찰은 지금까지 34명을 부동산 투기 혐의로 구속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검·경 간 협조로 몰수·추징 보전조치한 부동산 투기 수익은 908억원”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구속한 20명 가운데 전·현직 공직자 9명은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LH 부동산 투기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LH 노동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비판했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은 “2~3개월만에 기관을 졸속적으로 해체하겠다고 나서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며 “문제의 본질을 밝히고 공공기관의 근본적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 대상도 3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아닌 공공기관 임직원과 하위공직자에 집중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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