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동자들이 소매금융 철수에 속도조절을 촉구했다. 안정적 인수처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3일 이사회를 열고 매각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위원장 진창근)는 2일 “성급한 부분 매각은 고객과 노동자, 은행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씨티그룹 타국가 철수 사례처럼 충분한 시간을 거쳐 안정적 인수 후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씨티은행은 4월15일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발표하면서 매각설에 휩싸였다. 개인·커머셜과 신용카드부문을 매각하고 기업금융만 유지하는 게 뼈대다.
이런 방침이 발표되자 한국씨티은행은 매각설에 휩싸였다.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은 소매금융 ‘통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절한 인수자가 떠오르지 않으면서 부분 매각설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부는 매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한국씨티은행은 연 2천~3천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흑자기업이자 정상적 영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으로 소매금융 매각·철수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수 가능 후보군의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소매금융을 안정적으로 인수할 곳이 나올 때까지 수년 이상 시간과 대책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씨티그룹의 타국가 사업장 매각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부가 4월15일 그룹 차원의 철수 발표 이전 외부연구기관에 의뢰한 씨티그룹 해외 매각 사례 연구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전 세계 소매금융 철수시 고용승계를 포함한 전체매각 방식을 택했다. 2016년 성사한 콜롬비아씨티은행 매각은 한 차례 실패한 뒤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추진돼 최종 성사했다. 일본씨티은행은 2015년 일본 내 2위 은행에 영업점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없이 통매각됐다.
지부는 “씨티그룹 매각 사례를 참고해 일본처럼 최적의 시기에 통매각으로 진행해야 하며, 그것이 고객과 노사 모두가 윈윈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진창근 위원장은 “최근 노동계를 비롯해 국회와 시민단체가 연대한 가운데 지부는 4주간 전국 순회를 통해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고용승계와 노동조건 유지를 담보한 통매각에는 협력하겠지만 고객 피해와 대량 실업을 초래할 부분 매각 혹은 청산 방식을 진행한다면 노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