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KT의 기가인터넷 속도저하 사태는 설비투자 감축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설치·애프터서비스(A/S)조직 민영화, 영업실적 압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촉발한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생경제연구소·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KT새노조·희망연대노조 KT서비스지부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설비 부족한데도 가입자 확대 위해 노동자 압박

이날 참가자들은 KT의 설비투자 감축이 인터넷 속도저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KT는 민영화 이후 비용절감을 위해 시설투자를 줄이고 KT서비스를 외주화했다”며 “이로 인해 망투자가 줄어 인터넷 속도는 물론이고 모바일 속도마저 낮게 나타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설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가입자 확대를 위해 현장 노동자를 과도하게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오주헌 위원장은 “일부 광역본부는 본부 내 지역의 가입순위를 등수로 매겨 보고받는다”며 “이 때문에 기가인터넷이 아닌 가구에 기가인터넷 가입을 유도하는 ‘업셀링’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영업압박은 KT 자회사인 KT서비스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다. 인터넷 설치·애프터서비스 조직인 KT서비스는 원래라면 인터넷 가입 독려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실제 현장 노동자들은 “영업 압박에 밤잠을 설친다”고 전했다. 서광순 KT서비스지부장은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 신규개통률을 포함해 현장 작업여건과 무관하게 신규개통을 강요한다”며 “팀별 실적급 평가와 다양한 지표 관리로 기사들에게 영업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

압박과 비교해 처우는 열악하다. KT서비스의 지난해 월 기본급은 C직군 185만원, SC직군 195만원, MC직군 205만원이다. 각 직군마다 식대·통신비 20만원이 추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직률도 높다. 2018년 기준 수도권을 담당하는 KT서비스 북부의 연간 이직률은 10.6%, 남부의 이직률은 13.4%로 나타났다. 해마다 10명 중 1명이 퇴사하는 실정이다.

속도 미달시 보상제도, 고객에 입증책임 전가

약관 관리도 비정상적이다. 원래 KT는 인터넷 개통시 최고 속도의 80%를 상회하면 개통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최근 60%로 낮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대화방 메시지에 따르면 50%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개통조건이 약관에는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

속도가 느릴 때 고객이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다. KT는 30분 동안 5회 이상 전송속도를 측정해 측정 횟수의 60% 이상이 최저보장속도에 미달해야 보상한다. 그런데 이 측정 책임이 고객에게 있다. 그나마도 측정 당일분만 보상한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고객이 약관 방식대로 일일이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 그때마다 보상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렇다 보니 서비스 품질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현장 노동자를 몰아세우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KT가 인터넷 품질 같은 문제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이윤을 추구하는 다른 민간기업과 달리 국민기업을 자처하려면 노동이사 같은 제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해 폐쇄적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정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고객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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