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와 연대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정리해고 사태 300일을 맞은 아시아나케이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잘 싸우고 있습니다. 처음엔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악과 깡으로 견뎠습니다. 300일이 지난 지금은 잠잠합니다. 분노는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다만 우리도 인권이 있다, 세상은 평등하다, 우리가 옳다는 마음을 가지고 견딥니다. 사실 이젠 물러날 곳도 없습니다.”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이 덤덤하게 말했다.

김 지부장은 10일 오전 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원직 복직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5월11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해고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서울노동청 앞 천막에서 농성하고 있다. 10일로 천막농성 300일을 맞이했다.

노사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지부와 사측은 지난해 9월11일과 28일, 12월17일과 올해 1월6일 교섭을 진행했다. 지부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이행을 요구했다. 반면에 사측은 부당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은 어렵다며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하는 안을 제안했다. 향후 교섭일정은 잡지 못했다.

인천지노위와 서울지노위는 지난해 7월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같은해 12월 중노위도 초심판정을 유지했다. 회사는 불복해 올해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케이오에서 10년을 넘게 일하다 4월 말 정년을 맞이하는 김정남 전 지부장은 “가끔은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천막을 교대로 지키며 밤잠을 자는데 바닥에 누워 천막 펄럭이는 소리와 차소리를 듣고 있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여기저기 쑤셔서 파스를 붙이는데 온몸을 파스로 도배한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와 함께하는 기노진 지부 회계감사도 5월 말이 정년이다.

김 지부장은 “회사는 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변호사 셋을 고용하고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는데, 이 돈이면 우리 모두를 복직시킬 수 있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고노동자로 거리에서 정년을 맞는 건 슬픈 일”이라며 “한 달을, 하루를 일하더라도 복직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