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 도전에 나선다. 성공하면 금융지주 회장 4연임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후 두 번째다. 금융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함영주 부회장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1년짜리 연임을 하려 한다”며 개탄스럽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김정태 현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당초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는 함 부회장이었다. 함 부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 노조의 반대를 뚫고 부회장 연임에 성공하면서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 발생한 채용비리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일)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함 부회장은 2015~2019년 발생한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아 1심 재판 중이다.

DLF 판매에도 책임이 인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DLF 불완전 판매 책임을 함 부회장에게 물어 문책경고했다. 3~5년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함 부회장은 불복해 행정소송 중이다. 함 부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임기 내내 송사를 치러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급하게 뒷방으로 물러났던 김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은 2018년 3연임 이후 줄곧 더 이상 연임은 없다고 밝혀 왔다. 게다가 하나금융지주는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내부규범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69세로, 4연임해도 내년 주주총회까지 1년만 재임할 수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1년짜리 단기 회장에 나서는 김 회장이나, 불법행위로 재판을 받는 함 부회장을 지주 회장으로 거론하는 상황 자체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3연임을 지주회장의 당연한 임기처럼 받아들여 온 관행을 타파하고 연임 제한을 비롯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회에는 이미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지주회장의 입김을 배제하는 제도 개선안 등이 계류 중이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는 줄곧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활용해 ‘집사의 역할’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런 개탄스러운 상황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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