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서울지부 LG하이엠솔루텍지회

“남의 돈을 먹잖아요. (그런데) 생각이 그것밖에 못하시잖아. 그래서 발전이 없는 거야.”

“보유고객조사 안 하니까 정수기 닦으러(만) 다니시잖아요. 딱새 하고 싶으세요?”

“더러우면 나가면 되잖아.”

LG전자 렌탈제품을 유지·관리하는 6년차 LG케어솔루션 매니저 A(53)씨는 지난달 하순 사무소 소장에게서 인격모독 발언을 들었다. A씨는 지난달 초부터 고객 집 방문시 LG전자제품 유무 등을 확인하는 ‘보유조사’를 거부해 왔다. 계약서상 명시된 업무가 아닌 데다 수수료 책정이 되지 않아 사실상 ‘무료노동’이라는 이유다.

<매일노동뉴스>가 28일 입수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소장은 A씨처럼 보유조사를 거부한 매니저들에게 전화를 걸어 “왜 보유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며 ‘막말’을 일삼았다. A씨는 “논란이 되자 소장이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하기는 했다. 그런데 제 얘기는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사과가 진짜 사과라고 할 수 있냐”고 말했다.

사측 재발방지 요구에 묵묵부답
업무위탁계약서상 ‘없는’ 업무?

하이케어솔루션은 지난해 11월 LG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에서 분할해 신설된 회사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는 하이케어솔루션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LG하이엠솔루텍지회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재차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해당 사무소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논란의 촉발이 된 ‘보유조사’는 LG케어솔루션 매니저가 점검 서비스를 하기 위해 고객 집을 방문했을 때 해당 고객이 어떤 전자제품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일종의 설문조사다. 고객의 정보제공 동의를 위한 인증절차를 밟은 뒤 정수기·공기청정기·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닌지, 보유하고 있다면 LG전자제품인지 타사제품인지를 확인해 매니저들이 업무상 사용하는 앱에 입력한다. 이 조사를 토대로 프로모션·제품소개 문자가 자동으로 고객에게 발송된다.

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초부터 보유조사를 거부해 왔다. 매니저들이 작성한 업무위탁계약서에는 보유조사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정기방문 및 무상점검 고객에 대한 유지관리 서비스 제공 △가입 유치 및 필터교환 △고객 불편상담 및 해결 △상품상담 및 판매 △제품 구매희망 고객과의 연결업무가 위탁 계약사항으로 적혀 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 LG하이엠솔루텍지회
▲ 금속노조 서울지부 LG하이엠솔루텍지회

수당도 안 주면서 업무압박
사측 “강요 아닌 선택사항”

건당 수수료를 받는 매니저들에게 보유조사는 ‘무료노동’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매니저들은 계정, 즉 관리하는 제품 1대당 책정된 수수료를 급여로 받는다. 보유조사를 몇 명의 고객에게 하든 급여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보유조사에 대한 업무압박은 상시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게 매니저들 증언이다.

지회에 따르면 보유조사는 매니저 실적과는 상관 없지만 사무소 평가에는 영향을 미친다. 매니저들은 보유조사를 몇 개 진행했는지 일일 업무보고를 팀장에게 올려야 한다. 사무소 단체대화방에는 월별로 매니저 개개인이 자신이 맡은 계정에서 몇 % 보유조사를 달성했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된다. 일정 수준을 달성한 사무소에는 본사에서 사무소 운영비 명목으로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실제로 A씨와의 통화에서 소장은 “(달성률에 미치지 못해) 6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사무소에서 일하는 B(48)씨는 “고객에게 인증번호를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며 “인증번호를 왜 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느라 다음 고객과의 약속시간에 늦는 경우도 있고, 부탁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감정노동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회 관계자는 “보유조사를 통해 영업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계산하에 매니저에게 업무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매니저들 노동시간과 업무강도는 높아져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케어솔루션 관계자는 “회사측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사무소장에게 경고장을 보냈고 재발방지교육을 진행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유조사에 대해 “계정 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보유조사를 권장하고 있으나 선택사항일 뿐”이라며 “보유조사 여부가 매니저나 사무소에 대한 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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