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정기훈 기자>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닐하우스 같은 가설 건축물에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일터는 고용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21일부터 같은해 11월10일까지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사업장 496곳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했다. 노동자 3천85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의 69.6%는 가설 건축물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컨테이너·조립식 패널·비닐하우스 내 임시 시설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주택에서 산다는 답은 25%, 고시원이나 오피스텔 같은 공동 주거시설에 산다는 답은 2.6%에 그쳤다. 가설 건축물은 거주환경이 매우 나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의 비닐하우스 내 가건물에서 캄보디아 출신 속헹(3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한파가 몰아치던 때였다.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이용하면 자치단체에 주거시설 용도로 신고해야 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56.5%나 됐다.

숙소에 잠금장치가 없는 경우는 농축산업에서 6.8%, 어업에서 13%로 나타났다. 성폭력에 노출되기 쉽고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사업주가 고용허가를 신규로 신청하거나 사업장 변경, 재고용할 때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허가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등에서 지내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원하면 허용할 계획이다. 소음·진동이 심하거나 산사태·눈사태 우려가 큰 장소, 침수 위험이 있는 장소, 오물·폐기물 오염이 있는 장소는 숙소 설치금지 장소로 지정해 관리한다.

이주노동자 채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도 한다. 이주노동자를 통해 법 위반이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한 사업장에 대해 곧바로 근로감독에 착수한다. 노동법 준수 여부를 살피고 주거환경 상태도 점검한다.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도 고치지 않는 사업주는 고용허가를 취소하고 처벌한다. 사업주의 노동·인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개정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빈집 등 유휴시설을 이주노동자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한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는 농어가에 꼭 필요한 인력인 만큼 숙소 등 기본적인 근로환경이 준수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농·어업 사용주도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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